한국일보

[여성의 창] 전진영 | 알람에 대한 명상

2011-02-1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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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깊게 잠을 자지 못하는데다 잠귀까지 엄청 밝은 편이다. 눈만 감으면 파란만장한 꿈으로 드라마를 찍고, 작은 인기척이나 소리에 금세 잠이 깨며 알람이 울릴 때쯤엔 그냥 먼저 느낌이 온다. 좋은아침을 외치며 벌떡 일어나…면 좋겠지만 최근 부쩍 부실해신 저질 체력의 몸뚱이는 박차고 일어나기 일보 직전의 둥글게 말린 상태로 껌처럼 침대에 딱 붙어 있는다.

오늘, 나의 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 안가는 이 멀고도 작은 소리 때문에, 정체모를 일정한 간격의 거슬리는 이 소리 때문에 억울하게도 일어날 시간 훨씬 전에 깨어 버렸다. 뭐냐 이건…. 범인은 바로 벽을 뚫고 어딘가에서부터 스멀스멀 스며 들어오는 남의 집 알람시계 소리였다.

게슴츠레 벽만 째려보기보다 일어난 김에 한국일보 여성의창 원고나 쓰자. 주제로 무엇을 쓸지 통 감이 안 잡혀 가뜩이나 머리 싸매고 있는데 옆집인지 윗집인지 방향조차 구분하기 힘든 알람 소리가 계속 신경을 쓰게 만든다. 세상 살아가다 보면 깔려있는 잡음들이, 원치않은 불협 화음이 있기 마련이니까. 듣고, 보기 거북한 언행들, 왠지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 – 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잡음이나 감정에 끌려 다니지 말고, 내가 주인이 되는 마인트 컨트롤을 하자. 하지만 오늘 이 톤은….별거 아닌 것 같아도 쉽지가 않다. 잊어 버리려고, 다른곳에 신경을 쓰고 집중을 하려해도 신경 거슬리고 은근히 귀 기울이게 만드는 딱 그 톤!


작전을 바꿔 대박 관심을 주었다. 거슬려서 집중 안되고 아무것도 못하겠다에서, 뉘신지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구나, 완전 강적, 숙면의 달인이다, 부럽다…로. 그래도 한시간 이상 울렸으면 일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귀마개 하고 자나. 최고급 왕 푹신 거대한 베개속에 양쪽 귀를 파묻었나. 아님, 며칠 밤을 샜나. 결론은 이거다 - 이 사람 집에 없다!!

모든것이 글의 주제가 된다더니. 알람소리, 알람주인 에서부터, 삶의 여러 잡음과 소리-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낯설지 않은 이런 생각과 느낌이 재미있다. “알람 주인은…‘모냐’…”라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글의 주제까지 정했으니, 나름 일석이조인 셈이다.

덕분에 원고를 마치고 나니 뿌듯하지만, 생각할수록 심하긴 하다. 아직도 들린다. 삐.삐.삐. 은근한 이 머나먼 소리. 일정한 간격이라 더욱 외면할 수 없는. 처음처럼 거슬리지는 않지만 완전 내려놓고, 무상으로 초월할 수 없는 것을 보니, 아마도, 난 내공이 부실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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