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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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다시 쓰는 카리스마 리더십(5)멈춤의 힘

2011-02-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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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는 밤과 낮의 주기를 따라 조절되는 물질이 있다. 그 중에 최근에 발견된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물질은 암세포를 죽이고 노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신비한 치유 물질로 알려졌다. 신기한 것은 멜라토닌은 낮에는 생성되지 않고 밤에만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멜라토닌을 “밤의 전령”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보면 활동을 멈추고 조용히 안식하고 있는 밤 시간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가를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는 문학가, 예술가, 과학자들에게 밤 시간은 창조의 저수지와 같다.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비상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한가롭게 망중한을 즐기는 시간에 직관의 샘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담(花潭) 서경덕 선생이 하루는 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화담 선생은 “너는 왜 울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우는 자가 말하기를, “저는 일찍이 다섯 살에 눈이 멀어 이제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눈이 밝아지면서 세상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큰 일이 생겼습니다. 눈감고
잘 찾아가던 집을 도무지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울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화담 선생이 말했다. “눈을 다시 감고 지팡이로 집을 찾아가라. 그러면 네 집을 쉽게 찾게 될 것이다.” 눈을 다시 감으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가. 이성의 활동을 잠시 멈추고 직관의 힘으로 살라는 말이다. 갑자기 앞길이 막혀 답답할 때, 한계에 부딪쳐 나감할 때, 합리적 이성을 눈을 감고 조용
히 멈추어 있으면 내면 가운데 감추어 있던 직관의 지혜가 샘솟듯 솟아나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21세기 현대인에게 발견되는 특징이 무엇인가.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처럼 일상의 일에 쫓겨 숨 가쁘게 산다. 마음의 여유를 즐기며 정신을 부요하게 할 시간이 없다. 오직 성공을 위하여 일에 탐닉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위하여 지칠 줄 모르고 달려만 가는 현대인에게 남는 것은 탈진과 무의미뿐이다. 잊지 말라.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아무리 분주하고 바빠도 잠간 멈추고 쉬어 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고 활동하되 때때로 침묵하며 안식하는 정신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가느다란 대나무가 곧고 강하고 바르게 자라나는 것은 중간 중간에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화살의
시위도 뒤로 빼낸 다음 잠시 멈추었다 놓아야 탄력을 받아 멀리 날아간다. 신기하게도 모든 힘은 멈춤에서 나온다.


세상을 사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직선의 삶이고, 둘째는 곡선의 삶이다. 직선의 삶은 빠르고 박력 있고 날카롭긴 하나 여유의 변화가 주는 감동이 없다.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따라서 직선의 삶을 선호하는 사람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 곡선의 삶을 사는 사람은 어떤가. 그들에겐 언제나 멈춤과 변화의 여유가 있다. 어느 누구와도 조화를 이루며 산다. 큰 산과 큰 강을 보라.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이다. 그 곡선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산과 강을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다가가고 싶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산과 강처럼 멈춤과 여유가 있는 곡선의 사람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어서 자연히 리더가 된다.

당신은 리더인가. 시시때때로 멈춤의 시간을 가져라. 멈춤이 시간이 말씀 묵상의 시간이어도 좋고, 성경 읽기의 시간이어도 무방하다. 또 독서의 시간이어도 좋고, 아니면 그냥 홀로 걷는 산책의 시간이어도 좋다. 아무튼 바쁘게 달려가던 번잡한 세상길에서 벗어나 그 자리에 잠시 멈추어 서라. 그리고 하나님과 은밀히 교제하라. 그때부터 당신은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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