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이로운 만남

2011-01-2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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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만 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사랑하면 결혼을 하듯, 결혼하면 아이를 갖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주위 어른들이 강조하셨고, 남들도 다 갖는 아이를 나라고 못하겠냐 싶었다. 주위에 두셋씩 거뜬히 나아 키우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분만의 고통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쯤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아이를 가졌을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고통은 입덧이었다. 신체가 이렇게 반응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처음 3개월 동안의 입덧은 ‘임신쯤이야’ 했던 나의 자만을 단숨에 넉다운 시켰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음식들에서 이런 역겨운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매일매일 구토가 치밀었고, TV에 나오는 음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물만 먹어도 토해서 아예 아무것도 먹지 않으려하면 공복에는 더 메슥거렸다.


이쯤해서 나는 임신의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은 것임을 인정해야했다. 회사에 크래커를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 먹어댔지만, 입덧에 좋다는 것들은 다 시도해 봤지만, 입덧은 보란 듯 3개월 내내 갔다.

육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니었다. 임신 기간 내내 너무 예민해져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짜증이 났다. 태아를 생각해서라도 이러지 말아야지 매일 다짐을 하고 마음을 다스려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가 치밀곤 했다.

임신 중기에 상대적으로 편한 시간을 보내고, 막달이 다가오면서 몸은 더욱 무거워졌다. 오른쪽으로 누워도, 왼쪽으로 누워도 편하지가 않았다. 자주 걸으라고 해서 걷다보면 10분도 안되어 숨이 차고 배의 무게 때문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그건 뭔가 다른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기도 했고 신세계에 대한 기대랄까? 임신을 했다는 건 너무도 경건하고 경이롭고 아름답고 행복하고 신비스러운 일이었다. 태동을 느끼면서 태아와 주고받는 신비한 교감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이었다.

몇 시간 진통 끝에 만난 아이의 조그만 얼굴에는 눈, 코, 입이 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조그만 손발에는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이 다 붙어 있었다. 저렇게 예쁜 것이 내 뱃속에 있었단 말인가.

거기다 처음 며칠이 지나고 엄마와 눈을 맞추며 웃어주는 미소라니… 세상을 다 가진듯한 감격이랄까. 이때의 환희를 경험하게 하시려고 신은 10개월 동안 그렇게 힘들게 하셨나. 그것은 정말 행복한 만남이었다.

이제 또 며칠 있으면 둘째를 만난다. 둘째라 그런지 배는 더 많이 나오고 힘들기도 결코 덜하지 않다. 물론 아직도 인격 수양이 덜 된 나는 호르몬 탓을 하며 힘든 시간들을 참지 못하고 짜증을 부리고 있지만 이번에도 그 경이로운 첫 만남의 순간만큼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태중의 아이 덕에 지금 이 시간에도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힘들어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예비 엄마들, 조금만 더 힘냅시다.


지니 조 라이프대 마케팅 교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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