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제에 참석한 자니(왼쪽)와 클리오.
★★★ ( 5개 만점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로 오스카상 수상자인 소피아가 쓰고 감독한 할리웃 스타의 내적 공허를 주의 깊게 관찰한 드라마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전성기를 약간 지난 30대의 할리웃 스타의 권태와 소외감 그리고 영광의 무의미와 고독을 조용히 관조하면서 아울러 이 남자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어린 딸과의 관계 회복을 그린 성격과 인물 탐구의 영화다.
지극히 절제된 연출 감각으로 때론 우습게 또 때론 멜랑콜리하게 이런 주제를 아무 선입관이나 비판의식 없이 담담하고 내면 성찰하듯이 다룬 미니멀리스트 작품. 소피아가 보는 사람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도취식으로 만든 영화로 영화에서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시피 해 일반 관객에게 어필할 영화는 아니다. 제목을 ‘노웨어’라고 고쳤으면 어떨까.
잘 나가는 스타 자니 마르코(스티븐 도프)는 자기 숙소인 샤토 마르몽 호텔(선셋에 있는 할리웃 스타들이 즐겨 찾는 호텔로 영화는 거의 전부를 여기서 찍다시피 했는데 호텔이 하나의 인물 구실을 한다)에서 있은 파티에서 마신 술과 약물에 취해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 왼팔에 골절상을 입는다.
자니는 팔이 낫기를 기다리면서 호텔 방에 죽치고 앉아 허구한 날을 폴 댄서를 불러다 눈요기를 하거나 파티를 하거나 아니면 이 여자 저 여지와 섹스를 하면서 소일한다. 그는 자신의 최신작을 위한 기자회견(이 장면에서 필자가 엑스트라로 나온다)도 건성으로 마친다.
내적 공허와 권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허덕이는 자니를 자니가 이혼한 부인과 함께 사는 11세난 똑똑하고 조숙한 딸 클리오(엘리 패닝)가 방문하면서 자니의 일상이 달라진다.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클리오는 아버지를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데 자니와 클리오가 자주 만나면서 둘은 매우 가까워진다.
그리고 자니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자기 영화의 프리미어에 딸을 데리고 간다. 여기서도 둘은 물론 최고급 호텔에 묵는데 영화는 이렇게 호텔생활을 해야 하는 스타들의 뿌리 내리기 힘든 사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여행을 통해 자니와 클리오는 튼튼하게 맺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자니가 자신의 공허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끝이 아주 애매모호하고 비관적이다. B급 배우인 도프가 자기 사정 보여주듯 절실한 연기를 잘 하고 패닝도 훌륭한데 둘의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 촬영도 좋다.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 15(888-AMC-4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