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라이언 가슬링·왼쪽)과 신디(미셸 윌리엄스)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 (5개 만점)
멀어져 가는 젊은 부부 세밀한 묘사
달콤한 꿈과도 같은 첫 눈에 반한 뒤의 구애와 사랑의 희롱과 결혼으로 시작된 관계가 고인 물처럼 흐르지를 못하고 부식되면서 급기야 찢어지고 헤지고 또 치열한 전쟁 같은 충돌의 관계로 변하는 비극적인 과정을 참담하도록 절실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사랑이란 구제와 구원의 능력도 갖췄지만 그것이 일단 소등을 하고 나면 얼마나 냉정하고 잔인하며 또 파괴적인 적이 될 수 있는가를 뼈마디가 쑤셔들도록 통절하게 표현한 감정적으로 매우 진실한 영화다.
둘 다 2011년도 골든 글로브상 주연상(드라마 부문) 후보에 오른 라이언 가슬링과 미셸 윌리엄스의 강렬하고 솔직한 감정적으로 발가벗은 연기에 힘입어 젊은 부부의 무너져 내리는 관계의 처절한 과정이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것처럼 극세밀하게 묘사되는데 보고 있노라면 둘의 몸부림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몸서리가 쳐진다.
미 동부의 숲이 우거진 한적한 곳에 사는 딘(가슬링)과 신디(윌리엄스)는 어린 딸 프랭키(페이스 블라디카)와 함께 평범한 삶을 사는 부부. 노동을 하는 딘은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으로 아내와 딸을 극진히 사랑하면서 하루하루를 늘 같이 사는 남자다.
반면 한 때 의사 공부를 하다가 딘과의 관계로 뜻밖의 임신을 하면서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신디는 영화 처음부터 침울한 얼굴 표정을 지어 그가 현재의 삶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둘의 삶은 제3자가 봐도 참으로 답답한 것이다. 그러나 딘은 이런 사실을 전연 느끼지 못한다.
신디는 어느 날 마켓에 들렀다가 오래 전에 헤어진 애인 바비(마이크 보글)를 우연히 만나는데 바비는 느닷없이 신디에게 남편에게 충실하냐고 묻는다. 신디는 이 사실을 후에 딘에게 말하는데 딘은 이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딘과 신디의 관계는 이렇게 토론 대신 말싸움하는 관계로 변해 버렸다. 건설적이라기보다 부정적이요 파괴적인 것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영화는 딘이 신디에게 반해 구애하고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과거의 장면들과 현재가 계속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딘이 신디 앞에서 유클렐리를 치면서 구애하고 단 둘만의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답던 관계여서 그 파괴의 모습이 더욱 가공스럽다.
딘은 점점 자기에게서 멀어져 가는 신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둘이 같이 ‘로맨스 호텔’에도 가고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하나 이미 한 번 멀어진 신디의 가슴은 돌아서질 않는다. 딘이 도대체 영문을 몰라 안타까워하면서 신디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측은하기 짝이 없어 보는 사람의 가슴이 아프다.
영화는 둘의 관계의 침몰의 이유를 뚜렷이 밝히지를 않는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는 딘보다 야심 있는 신디가 도무지 나아갈 곳이라곤 없는 둘의 삶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신디는 딘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갈 노력도 하지 않는데 무책임하다고 하겠다. 어쩌면 신디는 이제 더 이상 딘을 사랑하지 않아 그런 노력조차 하기를 마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데렉 시안프랜스 감독. R. Weinstein.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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