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카(니콜 키드만)와 하위(아론 에카르트)는 아들의 죽음을 극복 못해 고통스러워 한다.
★★★★ (5개 만점)
어린아들 잃은 슬픔 이겨내야 해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부부의 슬픔과 고통 및 이로 인한 관계의 균열 그리고 궁극적 치유의 과정을 그린 매우 사실적이요 가슴을 파고들도록 가깝게 느껴지는 좋은 드라마다. 원작은 연극으로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은 상실의 암담하고 처절한 지경을 극히 자제하면서 표현하면서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재생의 기운을 찾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있다.
어둡고 마음을 짓누르는 내용을 지녔고 또 보는 사람의 가슴을 편치 않게 만들면서도 영화는 유머를 적지 아니 섞어 전반적인 톤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슬픔을 긍정적으로 관찰한 작품으로 두 주연 니콜 키드만과 아론 에카르트의 통제된 연기가 영화를 한층 실팍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빠져 들어가 현실과 병행하는 다른 세상의 경험을 한 토끼 구멍을 비유해 부부가 아들을 잃은 후 감정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뉴욕에 사는 베카(키드만)와 하위(에카르트)는 네 살난 아들 대니를 잃은 지 8개월이 지나도록 슬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둘 중에 더 심하게 고통을 겪는 것은 베카. 둘은 각기 서로 다른 형태로 슬픔에 대응하는데 하위는 대니를 생각나게 하는 것에 집착하는 반면 베카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함께 협조해 슬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서로의 문을 닫아걸고 때론 완전히 남처럼 행동하다가 치열하게 말싸움을 하곤 한다. 둘은 아들이 죽은 이후 섹스도 하지 않고 대니의 개는 베카의 어머니 냇(다이앤 위스트)의 집에 맡기고 슬픔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안절부절 못한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거의 파탄 직전의 상태에 이른다.
한편 둘은 슬픔을 당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하나 베카는 슬픔을 무슨 자랑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에 넌덜머리가 나 참여를 하지 않는 반면 하위는 혼자 참석하는데 그는 여기서 만난 수다쟁이 개비(샌드라 오)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위안을 찾는다.
베카는 그룹모임에 참석하는 대신 자기 아들의 죽음과 관계된 10대 소년 제이슨(마일스 텔러)을 찾아가 이 아이와 친근한 관계를 유지한다. 용서와 구제의 마음을 통해 아들을 돌보지 못한 죄의식과 슬픔에서 벗어나려는 어머니의 심정이다. 그러나 이 문제로 베카와 하위는 격렬한 충돌을 하게 된다.
극중 인물들이 경험하는 슬픔과 아픔과 부부애 등 여러 가지의 감정들이 전연 생소하지가 않고 실제의 것처럼 절실해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부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한 번 새 삶을 가져 보려고 애를 쓰는 과정에서 한 줄기 작은 빛이 보여 마음이 놓인다.
키드만과 에카르트의 티가 나지 않는 절제된 연기가 영화의 튼튼한 지주가 되고 있고 존 캐메론 미첼의 감정적으로 격할 수도 있는 주제를 차분하게 다룬 연출 솜씨도 아주 훌륭하다. 조용한 클래시컬 음악 같은 영화음악도 좋다.
PG-13. Lionsgate.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