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직장 동료 C 자매

2010-12-1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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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대부분 우리들은 본능적으로 안정된 편안함, 그리고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삶을 선호하며 고수한다. 나의 조그마한 봉사와 희생이 상대방을 기쁘게 하고, 그래서 나의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롭게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이 쉽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정한 사랑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꼭 희생이 따르는데, 진정한 사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책과 각종 매개체, 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운 희생과 헌신의 감동적 이야기를 접하고, 머리로는 감격하지만, 그 감동이 심장으로 내려오고, 다시 손, 발로 이어져 구체적으로 삶의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는 참 쉽지 않다. 머리와 심장은 비록 짧은 거리지만, 대개는 중간에서 흐지부지되어 심장으로까지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 희생의 이야기들은 내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유익이 있어 변화의 충동과 가능성을 야기한다.
같은 직장에 내가 많이 아끼는 C 자매가 있다. 이중언어를 완전하게 구사하는 참 믿음이 신실한 자매인데, 나이는 나보다 훨씬 아래지만, 믿음으로 사는 삶은 나보다 훨씬 앞섰기에 삶의 어려운 문제들을 나누고, 기도 부탁도 하곤 한다. 나는 늘 이 자매를 슈퍼우먼이라 부르는데, 세 자녀의 어머니이고 목회를 하는 남편을 돕는 사모의 역할을 하며, 또한 건강이 좋지 않은 시부모님을 한 집에 모시며, 직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자매이다. 그녀의 상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C 자매 없이는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의 남편은 출석교회의 청년부에서 같이 활동하다 만난 신실한 젊은이로, 결혼 말이 오갈 때 그 청년의 학력이 약학박사인 C 자매에 훨씬 못 미쳐 C의 부모가 반대해서 결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남편이 대학공부를 계속할 것을 다짐받고 결혼에 성공했는데, 그는 과연 약속을 지켜 대학을 졸업했고, 더 나아가 목회의 소명을 받고 신학대학원까지 졸업 후 몇 년 전 개척교회를 시작해 신실하게 목회를 감당하고 있다.
개척교회의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가파른 길인가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겠고, 성도들을 위해, 교회를 위해 수시로 금식기도 하는 자매로 인하여 큰 도전을 받는다. 요리하지 않는 남편들과는 달리 음식 냄새를 맡으며 요리하며 지속하는 자매의 금식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며칠 전 같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참 나의 마음을 따뜻한 감동으로 채운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 개척한 그 교회에 성도도 많지 않고, 재정도 아주 어려운 형편인데, 아주 사정이 딱한 목사 한분을 협동목사로 모셨다 한다. 교회 재정상 사례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 자매의 남편인 담임목사는 자기의 사례비를 내려 달라고 교회에 스스로 요청하고, 그 협동목사와 똑 같은 금액의 사례비를 책정했다고 들었다. 참 아름다운 희생이라고 옆에서 이야기하기는 쉬워도, 본인이 직접 그러한 희생을 스스로 감수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어떤 교회에서는 교회 사역자들의 사례비를 그 직분에 상관없이 부양 가족 수에 따라 책정했다고 들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들은 아마도 하나님과 근본 동체시나 그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종의 모습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를 진정 사랑하고 따라가는 교회 공동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독선이요 편견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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