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언제나 그렇듯 창밖을 본다.
가을이 올 것이라 함을 색으로 가장 먼저 보이던 나무의 붉은 빛이 죽어졌다. 모두의 옷차림도 더불어 두터워졌다. 가을이란 시간이, 차마 느끼기도 전에 지나가버렸다. 극히 짧게 가을은, 겨울이 올 것이라는 예고만을 해 주고 떠나간 것이다.
일 년 365일 중 우리가 가을과 만나는 시간은 얼마던가. 이렇듯 한 계절은 짧게 느껴진다. 물론 사계절 중 가을이 차지하는 시간은 짧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과는 짧은 만남일 뿐이다.
나의 요즈음 사고 제목은 ‘사람과의 만남’에 관해서다. 이렇게 밝히자니 괜히 겸연쩍다. 무슨 사상가나 철학자로 승격시켜 자신을 생각하는 듯 해서 말이다.
때로는 하루 아니 한 시간이 지겨우리만치 길게 생각될 지라도, 우리 각 자의 한 평생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미움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불쑥 불그스레한 빛을 보이던 잎의 색이 변했음을 안타까움으로 해서 그 나무를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심정에서 말이다.
나에게도 이런 기특한 생각은 있다. 무엇인가 하니 내게 해롭게 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사랑만 해도 부족한 인생의 시간 동안 미워해야 할 겨를이 어디 있나하는 생각 말이다.
그 사람의 타고난 천성이 좋으면 그 이상 바랄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이 세상은 그 좋은 천성을 고이 놔두지를 않는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할지라도 주위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내 마음 속에 관심을 둔 채로 지낸다면 짧은 만남에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긴 이별에 슬퍼할 이유는 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상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들을 보자니, 가을이 오기 전에 생각했던 긍정적인 결론이 허물어졌다. 무슨 생각을 했느냐면, 흙으로부터 얻은 귀한 것들을 나무는 모두 되돌려주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생각은 무위로 돌아가고 마음은 울적함으로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