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벙어리 장갑

2010-12-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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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경찬 /알렉산드리아, VA

가을이 서성대다가
슬픔에 여운을 두고 가니
쌀쌀한 찬바람이 곁에 머문다

흰 머리 듬성 듬성 추울까봐
털 모자도 눌러 썼는데
언제나 나를 붙잡아준
두 손의 열 놈을 한파에 떨게 할 수는 없지

그런데 두 놈 만은 꼭 독방에 머물러
떨어져 있어야 하니 그게 서운한데
네 놈 끼리는 오손도손 몸을 기대며
한겨울을 따뜻한 정으로 이 추위를


내년에는 따로 있는 두 놈도 들어가는
편안하고 따듯한 방도 만든다면
누군지 알아보고 사야겠는데

현실을 속이고 망각한 위선자들은
입냄새 풍기며 자기만은 할 수 있다고
생각에선 먼 사람들

동그랑땡 날리면서 바람타고
더 높이 날으려는 한심한 세월에 잔해들
다가오는 추위에 벙어리 장갑이 따스한
서로를 위함인 것을 알았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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