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집을 떠나며
2010-12-04 (토) 12:00:00
새집 짓고 이사 오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12년을 살고 또 다시 이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성들여 가꾸어 뒷마당에서 잘 자라는 배나무, 사과나무, 감나무의 열매를 해마다 수확하는 기쁨을 뒤로한 채 박스를 사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해외여행 갔다가 사온 독일의 색색깔의 와인잔들, 이태리에서 사온 호마이카 쟁반, 스위스의 인형들과 융프라우에서 사온 것들, 영국에서 사온 컵 등을 싸기 시작하는데 기쁨 반면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각 나라에서 사온 애지중지 하는 물건 등을 지금은 열심히 박스에 싸서 담지만 언젠가는 모두 두고 떠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 그만큼 세월의 흐름에 감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12년 전에 새집 짓고 이사올 때는 마냥 좋았는데 지금은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는데도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는 몰랐는데 분명히 하나씩 사다가 모았을 터인데 구석구석에서 한없이 나오는 살림살이는 몇날 며칠을 싸고 많은 것들을 기증하고 쓰레기로 다 버리고 정리정돈을 다하고 나니 몸은 얼마나 고단한지, 이사를 가기란 쉬운 것이 아니란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예전에는 새집만을 고집했는데 살아보니 이미 다 되어 있는 적당한 집을 고르면 수고도 덜되고 커튼도 되어 있으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필요 없는 물건 등은 미리 처분하고 안 쓰는 물건 등은 기증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마음의 여유도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흔히들 2년 이상 안 쓰는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주면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 나눔의 훈훈한 인심도 되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또한 요즘은 이자가 싸다고 하지만 융자의 문턱은 너무나 힘들다. 클로징하기 3일 전까지 서류내고, 다시 크레딧 조사하고 힘든 절차가 다 끝나고 마침내 서류에 사인하고 키를 받고 새집으로 들어왔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박스를 오픈하고 새 장소에 적응도 잘해야 할 것 같다.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물어가는 한해를 돌아보며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사람들도 돌아보는 넉넉한 마음이 되어 다가오는 2011년을 맞이하고 싶다.
김민정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