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다 낚시터에서 한 마디

2010-11-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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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본인은 특별한 취미가 없다. 독서는 취미라 할 수 없겠고, 구태여 한 가지 들라면 낚시를 꼽을 수 있는데, 그것도 이제는 일 년에 고작 두세 번 갈 정도다. 많은 사람이 낚시를 지루하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기다림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준다. 예수의 재림보다 고기가 잡히기를 더 간절히 기다리는 것 같아 매번 송구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고기잡이에 대한 추억은 아득한 초등학교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우리 동네에는 몇 살 위인 장난이 심한 K가 살았는데, 그는 곧잘 나를 서울 변두리 냇가로 데리고 다녔다. 조그마한 그물로(반도라 불렀다) 붕어새끼, 미꾸라지, 물방개 등을 잡아 병에 넣어 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유난히 극성맞던 K는 저수지에서 수영하다 익사한 슬픈 기억을 남겨놓고 떠났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나무로 만든 조잡한 낚싯대를 메고 물과 숲,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울리는 한적한 저수지를 찾아 다녔다. 그러나 정작 낚시에 취미를 붙이게 된 것은 누님과 사귀던 지금의 매형이 나를 데리고 낚시회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진주 남강으로 낚시여행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기껏해야 조그마한 붕어나 잉어를 잡고 뛸 듯이 기뻐했는데, 동행한 낚시꾼들의 열정이 나한데도 전염되었는 듯하다.
미국 이민 후 이곳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커가면서 낚시는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취미라 생각되어, 여행 때마다 낚시도구는 필수품이 되었었다. 낚시에 담긴 에피소드는 수 없이 많다. 이 지역에서는 주로 체서피크 만에서 낚시를 했는데 요새는 물이 많이 오염되어 고기가 많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요근래 수년간은 주로 델라웨어나 오션시티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는데 대학생 아들과 여행삼아 다녀온다. 손재주가 없는 본인은 빈손으로 올 때가 대부분이지만, 여러 시간 운전하며 아들과 가슴을 열고 대화하는 기쁨이 있다. 이제는 낚시터에서 그 역할이 바뀌어 자라난 아들이 아빠를 도와주는 것도 대견하고 흐뭇한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낚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낚시터마다 한국말이 가장 많이 튀어나온다. 바로 얼마 전 아들과 오션시티의 바다 낚시터에서 느낀 점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들은 젊은 청년이 옆에 있는 것을 의식 못하는지, 욕설을 자주 뱉으며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바위로 된 방축(jetty) 끝 좁은 공간에서 낚시를 하기 때문에, 옆 사람이 간접 흡연을 할 수밖에 없음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것이 법적으로 저촉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옆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정작 나를 부끄럽게 한 것은 우리들의 익숙하지 못한 준법정신이다. 계절과 장소에 따라 허용된 크기와 마리 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 규정을 쉽게 무시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 아들이 듣는 앞에서 그들끼리의 대화 가운데 제한된 수 이상 잡은 것을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듣고 아들 보기에 참 부끄러웠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들의 “미국에 살면서 법을 지키지 않으려면 이곳에는 왜 왔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할 말이 별로 없었다. 이러한 간단한 규정도 지키지 못한다면 과연 다른 법은 잘 지킬 수 있을까? 이러한 규정은 자연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낚시꾼들이 더 오랫동안 낚시를 즐기기 위해 만든 것임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 지역에도 여러 낚시 동우회가 있다는데, 동우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에게 준법정신을 강조해 주시기를 꼭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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