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무 나이 먹은 것도, 너무 늦은 것도 없다’

2010-11-2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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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란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강해순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와서

지난 주말 강해순 여사님의 팔순 잔치와 그 분의 출판 기념회를 겸한 잔치에 다녀왔다. 시도 쓰고 수필도 열심히 쓰는 강 여사님을 가까이서 알고 지내는 많은 분들의 한결같은 말씀들이 어떻게 저렇게 젊게 사시나이다.
미국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Never Too Old, Never Too Late’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결코 너무 나이 먹은 것도, 또 너무 늦은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그 말을 진정으로 만들어 가며 사는 분이 바로 강 여사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마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나 보다. 언제 뵈어도 흐트러짐 없이 웃음을 띤 행복한 자세로 우아하고 곱게 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주위의 많은 이들이 우리도 나이 들면서 저렇게 멋있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들 말한다.
‘한 잎의 꽃잎은 파도를 타고’의 시집을 보며 책 제목이 마음에 다가왔다. 본인을 겸손히 힘없는 한 잎의 꽃잎이라 하시고 그 꽃잎이 인생의 험한 파도를 타고 왔으니 그 힘들고 오랜 세월 잘 견뎌내시고 여기까지 무사히 오심을 경하 드린다. 팔순이 되시면서 시로 등단도 하고 책도 내신다는 이야기는 바로 강해순님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저는 안다.
처음 만나 뵈면 고생도 모르시고 살아오신 분 같은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분이 지난 세월 동안 남편을 잃으시고 세 딸들을 키우며 정신적 또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달픈 삶을 살아오심을 알 수 있다. 지난 세월의 아픔이 시의 구절구절에 배어있어 눈물이 난다.
여기 ‘삶의 회고’라는 시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밤낮없이 이 악물고 아등바등 움켜잡고 인사불성 살았으나 인생살이 뜻대로 안 되는 것.” 어쩜 이 말들은 우리 모두의 이민 생활의 뼈저린 아픔 같기도 하다. 그렇게 반세기가 넘는 힘든 세월 속에서도 패인 깊은 골을 감추시고 다시 용감히 일어나 더 나은 생을 위해 노력하며 밝은 미소를 지으시는 당신의 모습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가을에 돌아 온 누님 같고 큰 언니 같은 강해순 님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바로 그분을 표현한 듯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 구절이 생각난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과 같은 꽃이여.”
강 여사님의 팔순 생신과 더불어 아름다운 시집의 출판을 축하드리며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좋은 글 쓰시기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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