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일하는 미국인 트럭 기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는 눈을 떠보니 자신이 관 속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과 동료가 탄 차가 습격을 당했던 것. 소리도 쳐보고 발로 관 뚜껑을 밀어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관 속에는 라이터와 누군가가 넣어놓은 휴대전화가 있다. 그는 라이터 불빛에 의지하며 전화로 911, 회사, FBI 등에 닥치는 대로 연락을 시도한다.
그를 가둔 범인은 전화를 걸어와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한다.
공기가 부족해 숨쉬기조차 힘들고 몸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좁은 관에 갇힌 그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베리드’(Buried)는 제목 그대로 땅속에 묻힌 한 남자를 다룬 이색적인 영화다.
폐쇄된 공간은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지만, 이 영화는 공간을 극도로 좁혔으며 상영시간 95분 내내 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준다.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았지만 휴대전화 하나로 탄탄하고 잘 짜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놀랍다. 모습이 나오는 인물은 주인공 한 사람뿐이며 인질범 등 다른 사람들은 전화 목소리로만 나온다.
관객이 볼 수 있는 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절박하게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고통스러운 모습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거친 숨소리만 들려오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미국에 있는 아내와 통화하려 하지만 번번이 연결되지 않고 911이나 회사 등에 구조 요청을 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 등을 통해 인물이 느끼는 절망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연출력이 대단하다. 특히 전형적 할리우드식 엔딩을 벗어난 점이 칭찬할만하다.
다만 다양한 앵글을 보여주긴 하지만 카메라가 관 밖을 나가지 않고 인물만 비춰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
‘프로포즈’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등에 나왔던 라이언 레이놀즈는 극한 상황에 부닥친 인물의 다양한 심리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스페인 출신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이 연출했으며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12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