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데가르트(바바라 주코바)는 신의 비전을 책으로 남긴다.
★★★ (5개만점)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삶’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영화는 12세기 초 생존했던 독일의 베네딕트 교단의 수녀 힐데가르트의 경탄할 만한 감동적이요 영적인 삶을 그린 실화다. 대담히 심오한 영화로 진행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종교적이요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적극 권장할 만한 영화다.
힐데가르트는 어렸을 때 수도원에 들어와 수녀들의 수장이 되면서 남성위주의 수도원 세계에서 신의 뜻과 인간의 의지로써 일종의 여권을 확립한 페미니스트였다. 그는 신의 비전을 보고 들으면서 신의 말씀을 책으로 남겼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작곡했으며 약초에 대해 박식한 지식을 지녔던 수녀로 사후 복자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는 귀족 집 딸인 힐데가르트가 부모에 의해 어렸을 때 베네딕트 수도원에 신에 대한 선물로 맡겨지는 것으로 시작해 나이를 먹은 뒤 빈사상태에서 신의 부름을 받고 깨어나 신의 말씀을 전파하러 길을 나서는 것으로 끝난다.
어렸을 때부터 신의 비전을 보고 신의 말씀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힐데가르트는 동료 수녀들의 신임과 사랑을 받으면서 그들의 수장으로 선출된다. 이때도 힐데가르트는 수도원의 남자 원장의 자의적인 임명을 거부하고 반드시 수녀들의 투표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 이를 관철시킨다.
힐데가르트는 이어 자신의 비전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들어가는데 이와 함께 성가를 작곡하고 또 약초를 재배하면서 동료 수녀들을 지도하고 인도하면서 그들의 영적 어머니 노릇을 한다.
힐데가르트는 자신의 젊은 수녀가 같은 수도원에 있는 수사의 아기를 임신한 뒤 자살하자 수도원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부에 청원해 수녀들을 이끌고 나가 수녀원을 건설한다. 이런 힐데가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돕고 함께 하는 사람이 수사 폴마르.
한편 수녀원에 16세난 리햐르디스가 들어오면서 힐데가르트와 모녀 간의 관계가 성립되는데 이 두 사람의 인간적 관계에서 동성애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힐데가르트와 어렸을 때부터 수도원에서 자란 유타와의 라이벌 관계 등 힐데가르트가 영적 인간적으로 겪어야 하는 시련들이 묘사된다.
힐데가르트는 몸이 약해 병을 앓고 쓰러지기를 자주 하지만 매번 신의 힘으로 병상과 죽음의 침상에서마저 일어나 신의 일을 대행한다. 매우 강렬하고 보는 사람의 영혼을 흡수하는 영화로 힐데가르트 역을 맡은 독일의 베테런 배우 바바라 주코바가 엄격하면서도 자비한 연기를 보여 준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 Zeitgeist. 렘리 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