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사이에서 굴러 내린 바위에 오른팔이 깔려 꼼짝 못하게 된 아론 랄스턴(제임스 프랭코).
★★★½ (5개 만점)
팔 자르고 생존한 아론 랄스턴 실화
지난 2003년 혼자서 유타의 블루존 캐년으로 암벽등반을 갔다가 좁은 암벽 사이에서 오른팔이 굴러 내린 큰 바위에 깔려 무려 127시간을 탈출하려고 사투하다가 무딘 포켓용 칼로 자기 팔을 잘라내고 살아난 아론 랄스턴의 실화다.
인간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영화이자 인간 대 자연의 맞대결에 관한 영화인데 닷새 동안의 일(일이라고 해봤자 혼자서 바위에 깔린 팔을 빼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 전부이지만)을 93분에 압축해 긴장감 있게 드라마를 역어낸 대니 보일 감독(‘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압축감과 박력 그리고 에너지 가득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상영시간 거의 내내 배우 달랑 혼자서 한 장소에 서 있으면서 중얼중얼 대는 내용을 이렇게 시종일관 관심을 두고 보게 만든 솜씨가 가상한데 그런 데에는 연출력과 함께 뛰어난 촬영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짙은 색감의 컬러도 좋다.
이 영화가 텔루라이드 영화제서 상영됐을 때 마지막에 랄스턴이 칼로 자기 팔을 절단하는 장면을 보던 관객 일부가 졸도를 했는데 기자는 그 장면을 손으로 눈을 거의 다 가린 채 봤다.
영화는 처음부터 속도감 있는 몽타주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카메라가 시종일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자칫 정체될 수 있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웃도어 스포츠광인 랄스턴(제임스 프랭코)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혼자서 암벽등반에 나선다. 랄스턴이 암벽 사이에 갇히기 전에 서주부 식으로 하이킹에 나선 두 젊은 여자를 만난 랄스턴과 이 여자들의 즐거운 물놀이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이어 랄스턴은 암벽 사이를 내려가려고 굄돌이 자기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순간 이 바위가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자신도 함께 낙하한다. 그리고 암벽 사이를 가로 막은 바위 밑에 오른 팔이 깔려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부터 랄스턴의 필사의 탈출 노력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자기 처지에 낙관하던 랄스턴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맞는 다섯 단계의 느낌을 경험하면서 마지막에는 체념의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의 소유자인 랄스턴은 그런 중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나려고 온갖 수단과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물과 음식이 떨어지고 기운이 빠지면서 랄스턴은 자신의 과거를 비롯해 잦은 환각현상에 빠지는데 이 장면들이 영화가 단조롭게 빠져들지 않도록 잘 조합됐다.
캠코더를 가지고 간 랄스턴은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기록하고 또 거기에다 부모에게 보내는 일종의 유언을 남긴다. 이 끔찍한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이자 장점은 유머가 있는 점이다. 랄스턴의 죽음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유머감각은 가히 초인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랄스턴 역의 프랭코의 연기가 경탄스럽다. 그는 완전히 랄스턴이 되어 육적 정신적 고뇌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유머감각을 한 치의 과장도 없이 표현하는데 상감이다. 지금도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랄스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마지막에 나온다. R. Fox Searchlight. 일부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