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누님마을
2010-10-26 (화) 12:00:00
하늘에 매달린 볼그레한 감이
주렁주렁 익어갈 즈음
소년은 마루턱에 걸쳐 앉아
감나무 가지에 걸린 달을 바라봅니다.
매끈한 달덩이 속에 두둥실 떠오르는
동그란 누님의 얼굴
쌀 닷 섬 빚 때문에 강 건너 마을로
시집살이 간 누님이 그리워
‘누나’ 외쳐도 보고
누나 좋아하던 뜸부기 노래도 불러 보고
‘잘 지내고 있어라 한 번 다녀가마’
감잎에 실려 온 누님의 볼그레한 사연
언제 온다는 소식도 없고
빨간색 빈 편지만 날마다 날아드는데
바람 부는 문턱에 귀 기울여 보고
지나는 발자국에 놀라 문 열어 보고…
‘누나는 언제 오려나’ 내일 아님 다음달에
봄 지나 가을 오면 날 보러 오려나.
소년의 세월도 어느덧
호호 백발의 할배가 되었습니다.
할배가 된 소년의 눈 가의 주름은
누나를 기다린 세월입니다.
이젠 알고 있습니다.
소년은 누님을 보러갈 수도
누님은 소년에게 올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어제처럼 오늘 하루도
강변 넘어 누님 마을을 바라보는
할배가 되어버린 소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