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다툼은 상처만

2010-10-2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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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수 저먼타운, MD

이웃 간에도, 친구 간에도, 말다툼을 하다보면 서로 상처를 받게 된다. 다시는 안 만나려고 했는데 부득이 연락을 할 일이 생겨버렸다. 어떻게 피해 보려고 했지만 연락을 안 할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전화기를 들었는데 상대방은 반갑게 전화를 받으며 안부를 물어온다.
전화를 끊으니 허탈한 생각이 든다. “뭐야! 나 혼자만 속상해 했잖아. 저 친구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하잖아.” 엊그제 싸우고 속상해 하던 동료가 방금 전화를 끓으며 하는 말이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 중에서 생각이 나서 적어본다. 청년 부부가 젊어서 시골 단칸방에 세를 들어 살았는데 가난하여 먹을 것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도 남편은 직장에 나가고 새댁이 혼자 있는데 가을이 되어 주인집에서는 김장을 한다고 한다. 예로부터 김장은 서로서로 도와주고 끝난 후에는 조금씩 나누어 주곤 한다. 새댁은 부지런히 주인집의 김장을 도와주었고 이제는 김장이 모두 끝이 났는데 수고 했다는 말만 하고 김장배추를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주인의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오는데 앞마당에 배추를 다듬은 잎사귀가 널려 있었다. 저거라도 가져다가 저녁에 배추국이나 끓여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잎사귀를 주섬주섬 담기 시작하는데 때 마침 주인집 아주머니가 나오시다 한소리 하신다. “그거 뭐하려고 그래, 돼지 주려고 그래?” 깜짝 놀란 새댁은 “예” 하면서 주워 모은 배추잎을 모두 돼지에게 주고 방으로 들어와 울었다고 한다. 돼지는 자기네가 있지 우리가 있나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하나 싶어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았고 남편도 열을 받아 두고 보자고 했다. 이들 부부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았다.
이들은 나중에 남편이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집도 장만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되었단다. 마침 옛날에 살던 동네에 갈일이 생겨 주인 아주머니에게 자랑도 할 겸 함께 갔었다. 이들은 보란 듯이 들어가서 사는 모습을 말씀드리고 자랑하니 아주머니는 옛날에 살아가는 것을 보니 잘 살줄 알았다며 마치 자신의 아들이 성공을 해서 온 것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며 기뻐해 주셨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오래 전부터 상처를 받고 주인집 아주머니를 미워하며 살아 왔는데 아주머니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좋아 하시며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마음고생을 했는데 아주머니는 아무 것도 모르니 기가 막혔다.
남편이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상대방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데 우리만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며 우리도 마음에 담지 않았다면 미워하는 마음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제는 상대방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제 우리는 의견 충돌이 났을 때 웃으며 이렇게 말해보자. “왜 돼지 줄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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