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도 가을엔 회개를 한다

2010-10-16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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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자

뇌성의 질책에도 폭풍우의 매질에도
젊은 기세 등등 하던 푸른 나무
앞산 하얀 무서리엔 그만 회개를 한다.
지혜는 언제나 미련의 뒤에 오는 것이라
겨울의 문턱에 서야 비로소
그 생의 한계가 짚어지고
젊음을 다 살아버린 후에야
그 젊은 날이 보여서 가을나무-

깊은 하늘바다에 녹색가슴 풀어 넣고
지나온 날의 색, 날마다 우려내고 있다.

발 묻고 선 땅은 점점 시려오고
기약 없이 끝나버릴 얼마큼의 짧은 시간은
어둠으로 조여와도 이제
하늘 향해 가슴풀기 시작한 가을나무
날마다 색 밝아지고 있다.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만물은 하늘의 것이라, 하늘은 빛이라
그 은혜의 빛 아래서 속죄 받은 가을나무
이젠 온전히 거듭난 환한 빛으로
캄캄한 밤에도 저렇게
불 밝히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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