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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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Red)

2010-1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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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레드 (Red)

전직 CIA 특수부대 요원들인 브루스 윌리스(왼쪽부터),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 (5개 만점)

“나이 들었다고 무시해?
이래뵈도 전직 CIA야”

할리웃 베테런 배우들 출연 코믹 액션


환갑이 넘은 할아버지들과 할머니가 마구 총질을 해대는 코믹한 액션 스릴러로 그래픽 소설이 원작인 만큼 어른들이 보는 살아 있는 만화영화라고 생각하고 터무니는 없지만 느긋이 즐기면 된다.

할리웃의 베테런들인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모간 프리만과 헬렌 미렌 그리고 리처드 드라이퍼스와 브라이언 칵스 및 93세의 어네스트 보그나인(CIA 문서보관소 직원으로 나온다) 등의 스스로 즐기는 듯한 모습과 연기만 봐도 본전은 건지는 셈. 특히 영국 여왕을 지낸 헬렌 미렌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경기관총을 마구 쏴대는 모습이 일품이다.

콩 튀듯 하는 액션에 유머와 세월의 흐름을 어쩌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체념적인 태도까지 곁들여졌는데 가볍고 속도감 있고 경쾌하며 또 약간 얼빠진 듯한 재미와 매력을 지닌 영화다.

은퇴(제목은 은퇴한 극히 위험한 사람들의 머리글자)한 CIA 특수부대 출신의 프랭크(윌리스)가 은퇴연금 체크가 안 왔다고 담당자인 새라(메리 루이즈-파커)에게 전화 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고독한 프랭크는 송달된 체크를 찢어버리고 정이 든 새라와 전화통화를 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 서로 보진 못했지만 새라도 프랭크가 싫지는 않다.

어느 날 중무장한 괴한들이 프랭크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으면서 프랭크는 도주하기 시작하고 여기서부터 계속 일이 일어난다. 먼저 프랭크는 캔사스에 있는 메리를 찾아가 이 여자를 납치한다.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자들이 궁극적으로 자신과 통화를 한 메리까지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프랭크는 별로 크게 반항하지도 않는 메리를 데리고 자기를 처치하려는 자들이 누구이며 또 왜 그런지를 알아내기 위해 뉴욕과 모빌과 랭리 등 전국을 헤맨다. 프랭크 살해 시도의 배후에는 CIA의 음모와 부통령과 잘 알고 지내는 국방부 계약자(드라이퍼스) 및 프랭크와 그의 일행이 오래 전에 과테말라에서 수행한 비밀임무 등이 도사리고 있다.

프랭크는 역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전직 동료들과 함께 CIA의 집요한 추적과 치명적인 위협에 대항한다. 이들은 간암 말기환자로 양로원에 있는 아이처럼 장난기가 심한 조(프리만)와 피해 망상증자인 마빈(말코비치) 그리고 늘 숙녀처럼 차려 입는 우아한 빅토리아(미렌) 및 빅토리아를 사랑하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 이반(칵스).

이렇게 나이 먹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런 스파이들이 자신들을 추적하는 새파랗게 젊은 CIA 요원(칼 어반)과 그의 일행에 맞서 도주하면서 요란한 총격과 파기와 폭발이 일어난다. 이 와중에서 발발 떨면서도 액션의 스릴을 즐기는 것이 메리. 메리와 프랭크의 포화 속의 로맨스와 빅토리아와 이반의 늙은이들의 감정놀이도 흐뭇하다.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는다. 로버트 슈웬트케 감독. PG-13. Summi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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