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28의 회고

2010-09-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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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역사의 해’라고 불려도 되지 않을까.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특히 많은 해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는 해가 2010년이다.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의 해다. 5.18 30주년의 해이고 4.19혁명이 난지가 꼭 50년이 되는 해이기도하다. 그리고 6.25 60주년의 해가 올해다. 그 연장에서 9.28 서울수복 60주년이 되는 해가 2010년이다.

518, 4.19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6.25…. 젊은 세대에게는 이제는 시간이 정지된 과거 역사의 사건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세대에게는 그러나 그 때 그 순간들은 여전히 살아 있는 현실로 비쳐진다.


“꿈 많던 여고시절이었지요.” 악몽의 공산군치하 3개월 끝에 찾아온 9.28 서울수복을 이제는 80을 바라보게 된 S 부인의 회고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울이 북한 공산군 수중에 떨어진 3개월 동안 집안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피신해 숨어 지냈다고 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어린 동생 등 남아 있는 식구들을 돌보는 일은 모두 어머니가 맡게 됐다고 했다.

그 어머니 모습에서 전쟁이란 현실을 새삼 느꼈다는 것이다. 홀로된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전쟁이 느껴졌다고 했다.

평소에는 동네 노인들과 좌담을 즐기시던 분이었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말씀이 없으셨다. 표정조차 없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할아버지가 애처롭게 느껴졌었다고 했다.

그 할아버지가 그러나 미워지기 시작했다. 어머니 혼자 온 가족을 돌보느라고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 분. 도대체 시아버지의 체통이 무엇인지 원망스럽기까지 했었다는 것이다.

전쟁을 실감한 건 인민군이 쫓길 때부터였다. 시가전이 벌어지고 반동분자로 몰려, 또 빨갱이로 몰려 사람들이 처형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광기를 처음 목도했다고 했다.

온 세상이 피에 미쳐 날뛸 때 S부인은 원망스럽던 할아버지에게서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어느 날 무심코 광문을 여는 순간 두 명의 인민군 패잔병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누군가가 입을 막았다. 할아버지였다.
아주 어린 나이의 패잔병들
이었다. 그 어린 소년병들의 목숨을 할아버지가 구해준 것이었다. 마침내 서울이 완전히 해방됐다. 그 때 할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고 했다.

해방의 기쁨으로 들떠 있을 때 그 분은 어지러이 널려 있는 시체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본 할아버지의 눈물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S부인의 말이다.

9.28 6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에서는 국군의 날 행사와 통합해 경복궁 앞 광장에서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진다. 같은 날 평양에서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가 개막된다. 김일성에서, 정일, 그리고 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공산왕조 3대 세습을 위해서다.

6.25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역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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