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MAKE YOUR HAPPY’
2010-09-16 (목) 12:00:00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한국드라마는 ‘제빵왕 김탁구’이다. 시청률 40%를 훌쩍 넘어 국민 드라마 소리를 들어온 ‘제빵왕 김탁구’는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엄청난 인기에 힘 입어 거액에 해외수출 계약도 맺은 모양이다.
그런데 한 독자가 국민 드라마인 ‘제빵왕 김탁구’에서 단순히 옥의티로만 치부하기 힘든 실수가 눈에 띄었다고 제보해 왔다. 지난 2일자 드라마에서 구마준의 뒤로 보인 거성그룹 광고 사인에 적힌 영어문구가 너무 엉터리라는 것이다. 사인의 내용은 ‘WE SERVE THE WORLD NO. 1’이라는 문구와 ‘WE MAKE YOUR HAPPY’이다. 이 문장들을 굳이 직역하자면 ‘세계 1등에게 서브합니다’와 ‘당신의 행복하게 만듭니다’가 되는데 기본적인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다.
제작진이 의도했던 뜻은 ‘세계 제일의 빵을 서브합니다’와 ‘당신(의 입)을 행복하게 만듭니다’이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WE SERVE THE BEST PASTRIES IN THE WORLD’ 혹은 ‘WE SERVE THE WORLD’S NO. 1 PASTRIES’, 그리고 ‘WE MAKE YOU(혹은 YOUR MOUTH) HAPPY’라고 했어야 맞는다는 것이 이 독자의 지적이었다. 아무리 급하게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현장에 수많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있었을 텐데 아무도 이 같은 오류를 아무도 잡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방송이 나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의 영어열풍은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학생들은 영어에 목숨 걸고 더 이상 볼 시험이 없는 성인들까지 영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처럼 너도 나도 영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정작 대한민국에서 판치는 것은 콩글리시다.
얼마 전 한 시사프로그램은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관공서들과 관공지의 콩글리시 사용 실태를 보도했다. 경복궁의 ‘65세 이상 중 내국인만 무료’라는 한글 안내문 밑에는 ‘Only Koreans over 65 are fre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문구를 외국인에게 어떻게 해석하느냐고 물었더니 “65세 이상 한국인은 공짜로 주겠다는 뜻으로 들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관광지와 관공서 영문 안내판은 물론이고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제작한 영문 홍보물에도 어법에 맞지 않는 억지 영어, 황당한 영어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고발이었다.
외국 유학생 수십만 시대에 여전히 엉터리 영어가 판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한인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을 당시 공항에서 ‘NO WAY OUT’이라는 사인판을 발견하고 느꼈던 황당함을 들려줬다. 이 영어는 출구가 보인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데 출구가 아니라는 뜻의 사인으로는 부적절하다. 이 한인은 얼마 후 다시 인천공항을 찾았더니 ‘NOT AN EXIT’이라는 올바른 영어로 바뀌어 있더라고 들려줬다.
한국이 소리 높여 외치는 글로벌 코리아에 성큼 다가서려면 외교와 교역 같은 거시적인 분야의 성장 뿐 아니라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세심함이 뒷받침 돼야 한다. 외국인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영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제빵왕 김탁구’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한류열풍의 조짐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수출이 되지 않았다면 우스꽝스런 영어는 고친 후 내보내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