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만점)
줄리아 로버츠 주연 내면성찰 드라마
자기 발견을 위해 1년간 세계를 혼자 여행하면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한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 얘기를 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든 무던한 드라마다. 사람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야 이거 내가 뭐 하는 건가”하고 회의를 느끼게 마련이다.
리즈도 이런 회의에 직면하면서 모든 것을 다 내팽개치고 보따리를 싸들고 자기 발견의 여정에 나선 것인데 그는 확실히 용기 있는 여자다. 그러나 리즈가 결혼한 지 얼마 안된 남편에게 느닷없이 “나 결혼하고 싶지 않아”라는 결별선고를 하고 남편(영화상으로는 남편이 그렇게 함께 못살 남자도 아니다)에게 둘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기회도 주지 않고 집을 나간 것은 남편 말대로 불공평한 처사다. 리즈는 굉장히 이기적인 여자라고 하겠다.
리즈는 사랑하는 남자를 놓고도 그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못할 정도로 자기에게 집착하는 여자다. 그의 변명인즉슨 자신이 모처럼 찾은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사랑이란 원래가 불균형적이라는 것을 리즈는 모르는 것 같다. 맨 마지막에 가서 발리의 도사로부터 한 말씀 듣고서야 깨닫긴 했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스타파워가 가득한 이 영화는 그러나 경치와 음식 등 눈요깃거리는 많은 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과 자아 발견이라는 절실한 주제를 깊이 있게 처리하진 못 했다. 리즈가 눈물을 흘리면서 하느님에게 기도를 한 뒤 여행을 떠난 그 사무치는 내면 성찰의 본질을 통렬하고 진지하게 묘사하질 못하는 대신 무슨 관광이나 잔치영화처럼 얄팍하고 겉만 화사하니 그려진 그림 같다.
리즈의 속사정과 아픔과 진지한 노력이 보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지를 못해 동병상련을 못하겠다. 로버츠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과 각본 등이 모두 무난한 영화로 권할 만은 하다.
뉴요커인 리즈는 어느 날 느닷없이 남편 스티븐(빌리 크루덥)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 그 직후 연하의 연극배우 데이빗(제임스 프랭코)과 사랑에 빠져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나 삶의 방향을 못 찾아 툭하면 눈물을 흘리던 리즈는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평소 가고팠던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먼저 이탈리아의 로마. 여기서 리즈는 4개월간 머물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온갖 파스타와 피자와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모처럼 인생을 즐긴다(이 부분에선 현지 배우들을 썼다). 화면 가득히 산해진미요 진수성찬이 다채롭게 제공되는데 보고 있으면 입에 군침이 돈다.
이어 리즈는 인도로 간다. 거기서 한 수도원을 찾아가 명상하고 기도하면서 자기 내면 성찰에 들어가는데 처음엔 그 것이 잘 안 돼 짜증을 낸다. 이를 극복케 해주는 남자가 어두운 과거를 지닌 텍산 리처드(리처드 젠킨스). 시간이 흐르면서 명상을 자기화한 리즈는 이번에는 발리로 떠난다.
여기서 리즈는 일종의 현지 도사인 케투트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다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브라질인으로 이혼남인 호남 펠리페(하비에르 바르뎀)를 알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사랑도 평탄치만은 못하다. 영화를 보고 기자가 느낀 바는 “꼭 여행을 해야만 자기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이냐”하는 것이었다. 라이언 머피 감독.
PG-13. Columbia.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hjpark@koreatimes.com
리즈(줄리아 로버츠)가 로마에서 아이스크림을 빨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