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 라자로 마을

2010-07-1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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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동료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남아 사람들의 낙천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대사관에서는 주말이면 파티를 열었다. 그들은 급한 것이 없고 심각할 일이 없었다. 파티에는 기업인과 외교관들이 주로 초청되었다. 우리 직원들은 당시 대사를 파티대사로 불렀을 정도로 그는 대단한 친화력을 가진 낙천적인 성품이었다.

어느 날 안양에 있는 ‘성 라자로 마을’에서 사목하시던 이경재(1926~1998) 신부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대사를 만나서 나병으로 고생하는 신자들을 위하여 기금을 마련하고 싶다는 전화였다. 신부님의 말씀에 대사는 쾌히 승낙하고, 기금모금 행사에 많은 외빈을 초청하여 당시로는 큰돈이 모금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세월이 지나 샌프란시스코 성당에서 이경재 신부님을 다시 만났을 때(82년) 신부님은 ‘라자로 마을’에서 동냥하러 왔다고 교인들에게 강론하셨고, 샌프란시스코 교우들은 정답게 화답했다. 하느님의 사랑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서 크리스천 형제가 되게 한다.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는 ‘성 라자로 마을’을 생각하며, 지나간 것은 늘 아름답듯이 그때를 회상하며 주님께 감사드린다.


이정순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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