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력승계의 정치학

2010-06-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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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7은 조조요, 3은 유비다.”

한 사람의 성격을 말한다. 그럴 때 중국인들이 흔히 쓰는 비유다. 둘 다 연의 삼국지의 주인공들이다. 그 삼국지 주인공들의 성격은 중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그래서 세상사를 말할 때, 또 인물을 평할 때 중국인들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그 연의 삼국지 때문인지 하여튼 유비는 중국 민중의 영웅이다. 일본 대중의 영웅은 도요도미 히데요시다. 이 역시 그를 미화한 소설이 일본인들에게 널리 읽혀진 탓인지는 모르지만.


중국과 일본의 두 국민적 영웅, 유비와 히데요시는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둘 다 난세의 인물로, 한미한 신분에서 몸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다. 그 유비와 히데요시가 후계자 선정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임종을 맞아 유비는 제갈량에게 후사를 부탁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신통치 않으면 스스로 보위에 오르라고 권한다. 히데요시는 당대 제2인자 도꾸가와 이에야스 등 실력자들을 모두 불러들인다. 그리고 각서를 쓰게 한다. 어린 아들에 대해 끝까지 충성할 것을 요구한 것.

제갈량은 당시 명실상부한 촉한의 제2인자였다. 더구나 유비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상의 1인자나 다름없었다. 제갈량은 그러나 다소 모자란 유비의 아들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여섯 번이나 위나라 정벌에 나섰다가 진중에서 병사한다.

반면 히데요시가 받아낸 충성 서약서는 그가 죽은 지 얼마 못가 휴지가 되고 만다. 2인자 도꾸가와 이에야스가 모반의 깃발을 든 것이다. 결국 한때 히데요시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세력가들도 이에야스 편으로 돌아서면서 도요도미가의 영화는 2대를 못 넘긴다.

유비는 왜 임종 때 제갈량에게 보위에 오르라고 권했을까. 후세의 지적은 아들을 살리려는 깊은 심계(心計)였다는 것이다. 생전에 그토록 신뢰를 보이자 제갈량은 그 유비를 생각해 차마 제위찬탈을 하지 못했다. 바로 그 점을 계산해 한 말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권력승계 용인술에서 대륙의 영웅이 섬나라의 영웅에 비해 한 수 위였다는 게 후세 호사가들의 평이다. 이 스토리는 다른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통치자는 하늘이 낸다는 천명(天命)사상이 판치던 시절에도 혈연을 통한 권력세습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난세의 경우 권력승계에서 특히 중요시된 것은 혈연이 아니었다. 권력승계 후보의 자질, 다시 말해 경쟁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는 보도다. 장성택이 명실상부한 북한의 제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이야기다. 무엇을 의미하나. 후계구도를 견인하기 위해서다. 하나같은 지적이다.
김일성에서, 정일, 그리고 그의 3남 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위한 보다 구체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게 과연 제대로 이뤄질까. 북한에서 전해지는 뉴스를 바라보노라면 시대를 착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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