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평한 나라

2010-05-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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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한다. 한쪽에서는 전면전도 불사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시 도발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한다. 나오는 뉴스만 보면 전쟁일보 직전인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이런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너무나 태평하기 짝이 없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난주는 석가탄신일 연휴가 끼었다. 거기다 초등학교가 격주제로 토요일마다 쉬는 소위 ‘놀토’가 낀 주였다.

정부의 천안함 발표가 있자 서울 근교는 도시를 빠져 나가려는 차량으로 어디나 마비상태를 빚었다. 전쟁이 날까봐 두려워 피난 가는 행렬이 아니다. 오랜만에 맞은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행락객들의 대이동이다.


이들 모습 어디에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데 대한 충격이나 이로 인해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젊은 택시 기사는 “요즘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너무도 중증”이라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들은 6.25를 누가 일으켰는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백지상태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40~50대까지는 어려서부터 철저한 반공 교육을 받았다. 그중에는 북한 사람은 “머리에 뿔이 나고 얼굴이 빨간 도깨비”라는 식의 우스꽝스런 것도 있었지만 공산주의 위협과 6.25를 일으킨 북한의 호전성 등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는 내용도 많았다.

그럼에도 요즘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는 이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정보 전달과 한반도의 안보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지난 10년 동안의 ‘햇볕정책’의 결과 북한은 한 형제고 우리는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남북 관계야 어찌 됐든 나는 스펙을 열심히 쌓아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10대와 20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정말 전쟁이 벌어졌을 때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유일사상으로 세뇌된 북한 병사와 제대로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다시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나리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이유는 북한이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군의 객관적 전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거나 한민족은 한 형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통일돼도 상관없다는 환상주의가 한국민의 의식을 세뇌시킨다면 북한은 언제든지 제2, 제3의 도발을 감행해올 것이다.

한국인들이 자동차와 셀폰을 잘 만든다는 자만에 빠져 북쪽에 엄존하는 침략 세력의 존재에 대해 눈을 감는다면 그동안 피땀 흘려 쌓아온 부는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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