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타운을 지나가노라면 참으로 변하지 않고 있구나 싶은 것 몇 가지가 눈에 띈다. 그 하나는 마켓 간판의 표기법이다. 적지 않은 마켓이 ‘아무 아무 마켙’식으로 표기돼 있다.
‘마켙’이란 표기는 현 한국어 표기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무 아무 마켙’이란 간판이 태연히 걸려 있다. 그것도 수 십 년이란 오랜 세월동안.
새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 개업식이다. 많은 하객으로 붐빈다. 때로는 주류 사회의 미국인들도 참석한다. 그 개업식장에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다. “Grand Open”이라는 굵은 글자가 선명하게.
정체불명의 영어다. 그런데도 새로운 업체의 개업식이 열렸다하면 “Grand Open”이라고 쓰여 진 현수막이 버젓이 내걸린다. 역시 수 십 년이란 세월 동안 변치 않고.
또 하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비유가 좀 이상할지 모르지만 상당수 단체장들의 의식구조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한인 타운의 역사가 한 세대를 훌쩍 지났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 디지털 시대가 됐다. 한국도 군사정부시절에서 문민정부에, 국민정부, 참여정부, 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 까지 수차례나 정권이 교체됐다. 그런데도 30년 전이나 요즈음이나 요지부동이다.
연전 한국의 정치인들과 한인단체장들 간의 만남에서 빚어진 해프닝은 바로 그 변치 않는 타운 단체장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한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어떻게 선거에 이기는가. 화제가 이 문제로 흘렀다. 그러자 한인 단체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돈 쓰는 사람이 이깁니다.” “돈 안 쓰고 어떻게 회장이 되나요.”
참석한 한국의 정치인 중 다혈질인 한 야당 국회의원은 돈 선거 이야기를 듣다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단체장들은 한국 정치인들로 부터 ‘참정권선거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설교를 듣기까지 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인사회 대표를 자처하는 한인 단체들이 대다수 한인들에게 외면당해온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한 설문조사결과도 한인 단체장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한인 수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단체장 선거가 한인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가. 한인 사회의 단체들은 거의 전부가 봉사단체다. 그러나 봉사는 뒷전이고, 얼굴내기에 바쁘다. 적지 않은 한인단체들이 변치 않고 보여 온 모습이다.
그런 단체들이 선거 때만 맞으면 요란하다 못해 시끄럽다. 가히 정신적 공해 수준이다. 그러니 그 선거는 그들만의 잔치가 됐었던 것이다.
과거 한인회 선거가 그 전형이다. 금권선거에, 투서행위에,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그래서 항상 제기되어온 게 편법, 탈법 선거이고 뒤 따른 게 법정소송이었다.
이런 점에서 올 LA 한인회 선거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재외동포 참정권 시행을 앞두고 미주 한인들의 정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서다. 결코 남가주 한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그런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