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메기론`을 조직에 접목시키고자 정신없을 때가 있었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적자생존 및 자연도태의 바이블처럼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메기이론은 그렇게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일 수가 없었던 탓에 기업분야, 교육분야, 사회분야를 뛰어넘어 가정교육에까지 못 끌어들여서 안달들을 했다. 그런 결과였을까. 이제는 정치분야를 뛰어 넘어 국제외교분야에까지 그 풍조가 만연해 가고 있다는 예단이 절대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엊그제 세계 최고 수준의 뉴욕타임스에 삼성에 대한 관련 뉴스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삼성은 한국에서 신성불가침의 회사면서 동시에 믿을 수 없는 회사로 취급된다”면서 한국의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건희 회장은 탈세와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특별 사면까지 받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면서 “언론과 사법당국은 면죄부를 줬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여러 문제들은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댓글에는 “삼성은 회사가 정부나 나라보다 커질 수 있음을 허용할 때 벌어질 수 있는 한 사례“라면서 “미국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 대통령이 골드만삭스 CEO를 사면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내용이 달리기도 했다.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글로벌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사이트에 머리기사로 걸리기도 했다.
수많은 검찰, 언론에 정기적으로 떡값을 돌리고도 모자라서 불, 탈법을 저질렀음에도 사면을 받았으니 그 무소불위에 말을 더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게 얼마 전 도요타 사례가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도요타에 문제가 생기고, 그게 커지기 시작하자 도요타 문제로만 끝나던가. 일본제품, 나아가 일본의 국가 신용도까지 불과 수일 만에 곤두박질쳤던 사례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가?
개인과 기업이 잘못하면 엉뚱한 또 다른 개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겠는가. 다른 미꾸라지 다 잡혀 먹혀도 자기만 살아남도록 자나깨나 자신을 사육하기에 여념이 없는 기업문화에서는 오직 패배자들의 방담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게 삼성내부의 움직일 수 없는 추세일 테니까.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 몇 마리를 논에 풀어 놨더니 가을에 미꾸라지가 예전보다 훨씬 통통하더라는 얘기를 어린 이건희에게 가르쳤다는 소위 고 이병철의 `메기론.’
그동안 메기에게 잡혀 먹힌 미꾸라지의 숫자는 얼마며,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서 밤낮 메기 피해 다니는 데에 일생을 바쳤을 살아남은 미꾸라지들은 또 얼마인가. 가두어진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세상에 자기들밖에 없을 것으로 살았을 메기들, 모두가 자신들의 가까운 미래를 짐작하기는 어차피 힘든 게 아닐까.
김용철 변호사의 지적을 반 애국적인 시각으로 보는 개인이 있다면 그가 바로 소리 없는 비애국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