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기에서 내리면 보인다

2010-04-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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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헬리콥터를 처음 보았을 때 놀라움과 함께 꿈을 꾸게 됐다. 집집마다 하나씩 소유하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고. 수직으로 이착륙을 할 수 있고 기체가 별로 크지 않으니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4월은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들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는 계절이다. 어떤 여학생이 여러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녀가 선택한 대학이 너무 의외여서 이유를 물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먼 곳에 있으니까요.” 이어서 그는 보충설명을 하였다. “우리 엄마는 제가 대학에 가더라도 나를 감시하시겠대요. 남자학생과 마구 사귈까봐.” 분명 그녀의 집에도 자가용 헬기가 있었다.

요즈음 부모가 이 자가용 헬기를 타고 현장을 쫓아다니며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있어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소위 ‘헬리콥터 부모’가 증가하고 있나. 왜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토록 과잉보호하는 세태가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우선 대체로 자녀의 수가 적다. 또 부모들은 자본을 들여 학습 환경을 이상적으로 조성하면 큰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시작한다. 먹는 것은 유기농 농산물, 입는 것은 자연 섬유로 짠 것, 부모의 검열이 끝나거나 교사의 추천을 받은 도서, 해로운 염료를 쓰지 않은 장난감, 부모가 먼저 만나본 친구 등 자녀의 소지품이나 주 위 환경을 사전 조사한 후 자녀에게 제공한다.

“나는 험한 길을 걸어본 일이 없어요. 우리 부모가 미리 아스팔트 포장한 길로만 다녔어요.” “그래서 행복했겠네요” “재미가 없었지요. 가끔 넘어져서 다치는 것도 재미지 않아요.”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 필요한 면역성이 전연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기생충도 쓸모가 있다’는 김현영 교수의 글이다. 인간의 면역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생충이 도움을 준다는 요지이다. 헬리콥터 부모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그들은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기생충을 미리 다 없애니까 말이다.

헬기를 탔다면 내릴 수도 있다. 아마 거기서 내려 자녀를 보면 새로운 그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첫째, 왜 자립심이 없이 부모만 쳐다볼까. 둘째, 왜 어려운 일 앞에 서면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설까. 셋째, 왜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의견만 따르려 할까. 넷째, 왜 손이나 몸으로 하는 일이 그렇게 서툴까. 다섯째, 왜 자기 자신이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고 안 할까. 여섯째, 왜 생각하는 힘이 약할까 등등 보이는 것마다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할 것이다. 부모는 정성을 다 했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나니 딱할 뿐이다.

자녀 교육에 무관심하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과잉보호를 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중용의 도가 필요하다. 혹시 자신이 ‘헬리콥터 부모’라고 느껴지면 오늘 바로 거기서 내려 자녀의 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 참된 교육은 알맞는 거리에서 자녀를 지켜보며, 알맞게 도와주며, 알맞게 사랑해서 그들이 건강한 심신과 창의력이라는 자본을 축적하도록 돕는 것이다.


허병렬 /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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