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이 좋아서

2010-04-2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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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우

봄이라지만 뜨락에는
눈 더미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고
폭설이 훑고 지나간 가슴은
눈 소리만 들려도 멈칫멈칫 거린다

그 많은 눈은 누가 낳았는가
겨우 내 시달리던 상한 마음으로
산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도 죽 끓듯 요란하던 삶이
멀리 속세로 보이고
무작정 탈출한 심신은
정지된 시간을 오른다.
소음에서 벗어난 귀는 한가롭고
나무 가지를 헤치며 달리는 바람은
구석구석 맺힌 짜증들을 용서하란다

마음껏 들이마셔도 좋은
신선한 산수
한 보따리 싸들고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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