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학생들 자살 막을 방법은
최근 한 달 사이에 명문 코넬대 재학생 세 명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자살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힘들게 들어간 대학에서 우수한 교육환경 속에 배움의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과 부러움을 한 순간에 뒤집어 놓은 이번 사건들은 자녀의 명문대 진학을 지상과제처럼 인식하고 있던 일부 학부모들에게 분명 충격이 됐을 것이다. 특히 한창 주요 대학들이 합격통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불행한 소식은 학생 본인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버드와 MIT에서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했던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 컨설팅 그룹 수석 컨설턴트를 통해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자살 원인과 대책을 알아봤다.
극심한 경쟁·스트레스 스스로 감당못해
다양한 경험 통해 인격적 성숙 필요
■ 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나
명문대는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입학한 뒤에도 학업을 쫓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고교 시절 수재라는 평을 들었던 학생들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명문대, 아이비리그이다. 그 만큼 재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다. 성적이 떨어지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될 수 있다.
■ 대학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캠퍼스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에 대해 사생활 보호 등 여러 법적 조항을 내세워 적극적이면서도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는데 능숙하다. 때문에 학교 신문에 보도될 때까지 많은 재학생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조치 때문에 실제 얼마나 많은 캠퍼스 내 자살사건이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를 알기도 어렵다.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대학 측은 원인을 찾기 위해 그 학생을 심사하고 입학을 결정했던 입학관리 부서 및 입학사정관들에게 그 학생의 지원서를 다시 살펴보도록 요청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간과한 것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입학관리 부서와 사정관들은 향후 신입생 심사에서 이 같은 위험 가
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한 훈련도 하게 된다.
실제로 명문대 학생의 자살이 끊이지 않으면서 입학사정에서 지원자의 인격적인 성숙도와 의지력을 주목하는 것도 최근의 변화된 모습이다. 이를 위해 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에세이와 교사 추천서, 그리고 인터뷰 보고서 등 주요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원자의 성격을 파악하게 된다.
■한인 학생들의 경우
크게는 다른 학생들과 유사한 점들이 많겠지만, 한인 학생들의 경우 문화적 요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부모의 커다란 기대에서 오는 압박감, 그리고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목표 등으로 인해 학교생활에서 점차 소외되고, 이는 고립감과 절망감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한인 학생들의 상당수가 내면의 불안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다스리고 해결해 나갈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어딘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부모의 실망하는 모습만 떠올리게 되고, 이는 스트레스 가중, 정신적인 갈등으로 이어져 자신을 포기하게 만든다.
■ 지원서에도 나타난다
지원자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학생인지는 지원서에도 나타난다.
한인 학생들의 경우 뛰어난 학업능력과 과외활동은 이를 통해 쉽게 증명이 된다. 하지만 한 인격체의 성숙도와 유연성, 유머 넘치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한 것이 많고,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을 통해 부모들이 가르쳐 주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인데, 많은 부모들이 이를 간과한다. 이런 점들이 갖춰지면 대학 지원 때 사정관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서도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예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단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충분히 경험하고, 실패를 미래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법을 키워야 한다. 또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지원서를 위해 틀에 박힌 과외활동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가치가 SAT성적 또는 대학 졸업장과는 별개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황성락 기자>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학교 농구팀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