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창립과 임직식의 모순

2010-03-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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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호 목사

교회창립 겨우 1주년에 어떻게 임직식까지 거행할 수가 있는 건지 의아해 할 사람은 많다. 개척이나 설립이나 다 마찬가지지만, 기존교회의 이 같은 행사를 뭐라는 게 아니다. 박은 말뚝도 다 안 들어갔는데 벼슬(?)부터 만들어내는 모순성이 기가 막혀서다. 요술세계라면 몰라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 없이 반복되어온 한국교회의 고질병이다.
집사가 되는 데는 적어도 4~5년은 걸려야 하고, 8~10년은 기다려야 권사 임명도, 장로피택도 받을 수 있다는 게 통례요 정설이다. 그 정도의 훈련 없이 진짜 머슴노릇이 불가하다는 뜻이리라. 헌데 교회를 창립하자마자 임직식이라니,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닌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온 누구란 말인가?
어느 대형교회의 지원파송을 받았다거나 아니면 이명증서(移名證書)라도 가지고 왔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런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임직식을 한 떳떳한 사례가 여태 한번도 없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진실이다.
그럼, 답은 뻔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교회를 이탈한 철새들 아니면 불법 낚시꾼(?)에게 포획을 당했다거나 그런 사람들을 모아놓고 “주의 뜻” 운운하며 웃고 떠들어 댈지는 몰라도 그런 비도덕성의 목회야 말로 편법 임직식 을 밀어 붙였을 때부터 이미 천심(天心)을 잃었다는 사실을 간파 했어야 했다. 만의 하나 사람들 눈에 반짝 성공처럼 비쳐졌을 지라도 말이다.
왜냐 하면 반대로 교인들을 잃고 빼앗긴 이 교회, 저 교회로 부터 터져 나오는 온갖 귀 따가운 원성에다 동료목사들로 부터도 배신의 낙인 까지 찍혔다는 건 그만큼 교회 앞날이 험난할 거란 예고가 아닌가해서다.
이런 온당치 못한 행사가 떠들썩하게 벌어질 때마다, 가슴에 꽃 달고 축하의 말씀 거침없이 쏟아내는 일부 목사님들의 신중치 못한 처신도 문제라는 지적은, 혹시라도 자기 교회를 이탈한 교인들이 그 임직식의 주인공들 이었다면 그 감정이 어땠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남의 교인을 모셔왔든, 보쌈을 했든, 다행히 우리 교회가 손해 본 일은 아니니까,... 이게 바로 그 신중치 못한 처신의 이유가 된 거라면 이중성의 오명(汚名)에 불법 행사마저 대놓고 인증해 주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남의 교인 끌어다가 교회 만들고 운영을 위해서는 다른 교회 제직들이 필요했다”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긴 이런 비윤리성 광고를 거침없이 내보내는 목사가 무슨 자격으로 세상 죄를 논 할 거며, 누구더러 “믿으라 마라” 할 수 있겠는가. 이건 마치 나 살자고 훔친 남의 물건으로 좌판(坐板)을 벌이는 몹쓸 짓이며, 더 기 막힌 건, 이런 건 그냥 모순 일뿐이지 범죄와는 무관하다 생각하는 요새 목사님들의 황당한 인식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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