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 커플

2010-03-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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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두 오스카 주연상을 탄 할리웃 스타인 영국배우 케이트 윈슬렛(34)과 샌드라 불락(45)이 각기 남편과 헤어졌다.

지난해에 ‘리더’(Reader)로 오스카상을 탄 윈슬렛은 지난 7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역시 영국인인 영화감독 샘 멘데스(사진)와 헤어졌는데 이유는 성격과 생활스타일 차이라고 한다. 윈슬렛은 파티를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인 반면 멘데스는 집에서 독서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있기를 좋아하는 스타일라는 것.

이유야 어쨌든 할리웃의 잉꼬부부로 소문난 둘이 헤어진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스타들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런데 ‘아메리칸 뷰티’(2000)로 오스카 감독상을 탄 멘데스는 지난 2008년 윈슬렛을 자기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기용해 아내에게 골든글로브상을 안겨 줬다. 그는 지금 007시리즈 제23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지난 2008년에 ‘레볼루셔너리 로드’ 기자회견 때 윈슬렛을 만났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윈슬렛의 남편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미 중류층 부부의 내부 균열을 다루고 있다.

영화 내용과는 정반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윈슬렛에게 “당신과 샘은 둘의 결혼생활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비결이라도 가졌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윈슬렛은 “우리의 사랑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특별한 비결이 필요치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었다.

그런데 그가 이런 대답을 한지 2년 만에 남편과 헤어졌다. 그 2년 사이에 그들의 사랑에서 김이 빠져버린 것인데 나름대로 사랑의 부식방지 비결을 생각지 않고 상변하는 사랑을 자랑한 오만을 탓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올해 ‘블라인드 사이드’로 오스카상을 탄 불락은 상을 탄지 얼마 안 돼 5년간 함께 살아온 모터사이클 제조자인 연하의 제시 제임스와 헤어졌다. 이유는 제임스의 외도.

둘은 불락이 오스카상을 탄 후 서로를 끌어안고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포즈를 취했다. 불락은 그 때 이미 남편과 헤어지기로 결심했었을 텐데도 그와 함께 미소를 지어야 했으니 배우란 참으로 척해야 하는 가짜 인생이다.

나는 윈슬렛은 좋아하지만 불락은 안 좋아한다. 처음 인터뷰 때 받은 인상이 별로 안 좋은데 성형수술 한 얼굴이 마치 인조인간 같아 섬뜩한 느낌을 갖게 된다.


스타들이 기자와 카메라 앞에서 자기 속사정이야 어쨌든 밝고 명랑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사실은 지난해에 ‘러블리 본즈’에 나온 수전 서랜든과의 인터뷰도 때고 목격한 바 있다. 그 때는 몰랐으나 인터뷰 얼마 후 서랜든이 지난 1988년 ‘불더램’에서 공연하며 사랑에 빠져 그 뒤로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팀 로빈스와 헤어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로빈스와의 이별에 속이 쓰라렸을 텐데도 서랜든은 밝고 활기차게 질문에 대답했고 웃으면서 기자와 사진도 찍었으니 명연기라고 할 만하다.

할리웃은 짝 바꾸기를 양말 갈아 신듯 하는 동네다. 그래서 난 그들과의 인터뷰 때 부부금슬을 자랑하는 소리를 들으면 불안해지곤 한다. 저게 과연 얼마나 갈까하고 염려(?)마저 하게 된다. 최근 ‘밸런타인스 데이’에 나온 글래머 스타 제시카 알바와의 인터뷰 때도 그랬다. 알바는 “나는 남편과만 함께 있는다면 다른 것은 모두 별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는데 내겐 도무지 그 말이 진짜처럼 안 들렸다. 그동안 내가 가짜동네인 할리웃과 그 안에서 사는 스타들을 오래 경험하면서 내 사고방식이 오염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할리웃 스타들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순 미국식 멋쟁이 조지 클루니다. 부와 명성에 건강한 신체와 호인 스타일의 용모를 지닌 클루니는 결혼과 자식 낳는 것을 마다하는 사람이다.

그는 적당한 시간차를 두고 애인을 교체하는데 수년 전 기자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와의 회견에서 “당신은 왜 아이를 안 낳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내 앞에 있는 당신들이 다 내 아이들인데 왜 내가 아이가 필요한가”라고 답해 우리를 박장대소케 했었다.

그러고 보니 모델을 좋아하는 디카프리오도 클루니 스타일이다. 이들은 지켜 나가기 힘든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로맨스를 즐기면서 그것이 식어버리면 또 새 사랑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현명한 사람들이다.

나는 스타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저렇게 광채가 나고 멋있고 잘 생긴 사람들이 실제 못지않게 서로 끌어안고 키스하고 침대 위에서 뒹굴다 보면 진짜로 사랑에 빠질 만도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할리웃은 허영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유혹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박흥진 /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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