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아야 하는 이유

2010-03-2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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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한국에 가서 6년 만에 부모님을 뵙고 돌아왔다. 90대 초반인 아버님과 80대 중반인 어머님은 “아직도 살아 있어 큰 골치 덩어리다”라고 한탄하시면서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셨다. 한국에 사는 자식들은 물론이고 미국에 사는 아들까지 오게 해서 마음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세월이 흐를수록 병원에 자주 가시고 치료비를 자식들이 부담하다보니 자식들에게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고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것은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은 사는 이유가 분명하고 보람이 있어야 살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쌀과 김치를 매년 보내셨다. 그런데 작년에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면서 자식들에게 더 이상 쌀과 김치를 보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삶이 가치 없게 생각되신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셨다. 그런데 이제는 자식들에게 부담만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되자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아낌없이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님의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님은 이웃과도 열심히 나누셨다. 추수할 때면 동네 사람들에게 채소와 벼 그리고 볏짚을 나누어 주시느라 바쁘셨다.

그렇게 사신 덕분에 어머님이 편찮으시면 동네 사람들은 줄지어 문병을 온다. 부모님이 또 다시 빨리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아무리 살아 있음이 부담스러워도 “그래도 사셔야 하는 이유”를 말씀 드렸다. 부모님은 살아 계시는 자체만으로도 자식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자식과 이웃에게 끝없는 사랑을 나누어 주시기에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김용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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