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래도 춤추게 하는 말의 힘

2010-03-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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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들기까지 우리는 몇 마디의 말을 할까. 말을 많이 할수록 말실수도 많아지기에 최대한 말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천성적으로 말하는 것을 즐기는데다 광고기획이라는 직업적인 이유까지 겹쳐 나는 하루 24시간 중 3시간은 말하지 않나 싶다.

그 중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글날 특집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한 TV 다큐를 우연히 보게 된 후 이런 의문이 생겼다.

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한 실험은, 두 개의 유리병에 갓 지은 밥을 각각 넣은 후 ‘고맙습니다’가 쓰인 병에는 예쁘고 긍정적인 말들만 해주고 ‘짜증나’가 쓰인 병에는 부정적인 말들만 해준 한 달 후에 두 병 속 밥풀들의 상태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결과가 극명했다. 두 병 모두 곰팡이가 생겼으나, 긍정적인 말만 들었던 병 속 밥풀에는 깨끗하고 하얀 눈꽃송이 같은 곰팡이가 생겨 누룩냄새를 풍긴 반면 부정적인 말만 들었던 병 속 밥풀에는 보기에도 역겨울 정도로 진한 색 곰팡이들이 생겨 악취를 풍겼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많은 격언과 이야기들을 통해 강조되어 왔고,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깨닫는 진리다. 하지만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밥풀들도 어떤 느낌의 말을 해주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고 하니 말의 놀라운 힘에 새삼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남이 잘하는 것을 칭찬하기보다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데 익숙했던 나도 몇 년 전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인해 칭찬의 힘을 깨닫고 한국 내 불었던 ‘칭찬합시다’ 캠페인 붐에 편승해 칭찬과 좋은 말만 하려고 노력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호기심에 온 집안 구석구석을 기어 다니면서 전화기며 리모컨이며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는 딸에게 ‘안 돼!’와 ‘지지’라는 말로 아이의 탐험정신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책 내용을 완전히 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인간관계 속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며 살게 된다. 그렇기에 영향을 미치는 상대에게 좋은 말을 건네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도 다 들어주고 상사에게는 항상 생긋거리는 후배가 있었다. 남들에게 항상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옆자리에서 보면 그녀는 광고주와 부드럽게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을 때마다 매번 심한 욕을 내뱉고 친구들과 통화할 때면 상사들의 뒷 담화를 끊임없이 해대고 매사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었다.

그녀처럼 남들에게 좋은 말은 건네지만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면 상대방은 눈치 못 챈다 하더라도 자신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상대의 장점이나 상황의 좋은 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말로 표현할 때 상대도 자신이 존중과 배려를 받는다고 느낄 것이고 고래가 춤추듯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마른기침을 자주하는 나를 보며 그것조차 따라 하는 딸을 볼 때면, 가장 엄청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는 바로 엄마와 아이가 아닐까 싶다. 당장 오늘부터 딸아이에게 ‘안 돼!’라는 말 대신 ‘잘 한다’는 말을 해 주어야겠다. 많이 웃어주고 많이 쓰다듬어 주고 ‘사랑해’라고 속삭여주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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