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제임스 브래들리 ‘임페리얼 크루즈’ 출간
2010-03-12 (금) 12:00:00
’가쓰라-태프트’ 밀약 중심
제국주의 열강 움직임 기록
역사책 읽기를 좋아하고 쇼나 드라마 프로그램보다 히스토리 채널을 주로 보는 등 역사에 유난히 흥미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일부러 만들어낸 픽션보다 역사가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궁무진한 비밀이 숨어있다.”
10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자신의 신저 ‘임페리얼 크루즈(Imperial Cruise)’ 출판 행사를 연 베스트셀러 작가 제임스 브래들리는 똑같은 말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책의 자료 조사를 위해 아시아를 방문하면서 나는 정말로 놀라운 비밀들을 발견했다”고 . 임페리얼 크루즈는 한일합방의 단초가 된 ‘카스라-태프트 밀약’을 중심으로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열강의 움직임을 기록한 책으로 작가는 2차 대전 중 태평양 전쟁의 원인이 결국 카스라-태프트 밀약에서 시작됐음을 흥미롭게 밝히고 있다.
작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카피된 사진으로 알려진 ‘이오지마섬(Iwo Jima) 성조기 게양(사진)’에 참여한 미 해병대원의 존 브래들리의 아들로, 그가 아버지의 전쟁경험을 바탕으로 쓴 ‘아버지의 깃발(Flag of our fathers)’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브래들리는 20세기 초는 미국이 국제경찰의 역할을 처음 맡게 된 팽창주의 정책(저자는 이를 명백한 제국주의로 규정한다)이 시작된 시기며 일본을 파트너로 삼게 된 원인으로 두 개의 이론을 제시했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은 절대 발전할 수 없는 나라라는 당시 테오도르 루즈벨트(T.D.R)의 인종차별적인 인식 때문. 반면 근대화에 가장 먼저 나선 일본에게는 동질감을 느꼈다.
미국이 직접 군대와 인력을 파견할 수 없어 일본을 아시아 침략의 대리자로 삼았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이론이다. 여전히 코리아가 어디쯤 있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100년전 상황에서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한국에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의회가 예산을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은 루즈벨트가 일본을 미국의 대리인으로 삼았다는 가정이다. 이제는 비밀도 아니지만 냉전시절 중남미등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독재 정권들을 은밀하게 지원해 온 사
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가정이다. 루즈벨트는 1905년 육군성(국방부의 전신) 장관인 윌리엄 태프트와 자신의 딸을 포함한 사절을 도쿄에 파견했다. 태프트 장관은 가쓰라 다로 수상과 장시간 회담을 했고, 1924년에야 그 내용과 실체가 알려진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이 회담의 산물이다. 도대체 밀약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작가는 일본이 필리핀과 한국을 침략하는 것을 용인했으며 결국 이것이 진주만 습격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아마존은 서평에서 브래들리의 흥미로운 논점에 주목하면서도 ‘편향된 시각’이 보인다고 했다.)
어쨌든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가쓰라-태프트’에 대해 배워온 우리의 입장에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놀랍고 충격적인 비밀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울 수 있지만 2005년 대한민국 국회에서 있었던 장면을 떠올리면 이 말이 수긍이 갈 수 있다.당시 외교통상위 국정감사에서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이 이 밀약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한미 과거사 논란으로 번졌다. 한 열린우리당 의원이 “100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 미국측의 역사적 책임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이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일본이 조작한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미국이 한반도의 식민지화 과정에 악역을 했다는 주장은 재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런 주장을 했던 국회의원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역시 놀랍고 충격적일 것이다.<박원영 기자>
제임스 브래들리가 10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자신의 새 책 ‘임페리어 크루즈’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속에 있는 미 해병대원 존 브래들리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