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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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존 (Green Zone)

2010-03-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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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 살상무기, 찾으라면 찾아!”

▶ ★★★½ (5개 만점)

이라크침략 배경
전쟁액션 스릴러


부시의 이라크 침략을 위한 허위 증거물인 대량 살상무기(WMD)를 찾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군인이 이 허위날조를 뒤늦게 깨닫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전쟁 액션 스릴러로 음모와 거짓이 판을 치는 정치의 이면을 통렬하게 비판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9월11일 테러를 박진감 있게 다룬 ‘유나이티드 93’을 만든 영국의 폴 그린그래스의 작품으로 살벌한 사실감과 함께 심장이 급히 뛰는 긴박감과 스릴을 갖췄는데 감독 말대로 ‘이라크전 영화가 아니라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스릴러’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이 과도하게 액션과 스릴에 치중하면서 신빙성을 많이 갉아먹은 것이 흠.

그러나 고감도의 흥미진진한 영화로 특히 그린그래스의 특징인 관객을 사건의 현장에 내팽개치는 듯한 미친 듯이 움직이는 카메라의 동작과 편집이 보는 사람의 감각을 매우 어지럽게 한다. 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모로코와 스페인과 영국에서 찍은 현지촬영이 좋다.


과연 이 영화가 흥행의 징크스인 이라크전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저주를 벗어나 팬들을 끌어 모을지가 관심의 대상인데 주연이 언제나 듬직하고 연기도 잘하는 맷 데이몬이어서 흥행서 어느 정도는 성공할 것 같다.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직후. 미 육군 준위 로이 밀러(데이몬)는 분대원을 이끌고 WMD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아 국방부가 가르쳐준 대로 시내 곳곳의 땅을 파헤치나 매번 허탕(이 장면이 짓궂게 우습다). 로이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상관에게 자기의 의심을 표명하나 ‘군인은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말만 듣는다.

그러나 진실 규명에 매어 달리다시피 한 밀러는 이때부터 마치 제이슨 본(데이몬의 액션 스파이 시리즈의 주인공)처럼 혼자서 거대한 허위의 배후를 캐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런 로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 국방부 고위 정보담당자 클라크 파운드스톤(그렉 키니어).

그런데 역설적으로 밀러를 도와주는 것이 베테런 CIA 요원 마틴 브라운(브렌단 글리슨). 여기에 비밀 소스 ‘마젤란’에 의해 제공된 정보로 이라크에 WMD가 있다고 보도한 월스트릿 저널 여기자 로리 데인(에이미 라이언)이 뒤늦게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름대로 진실을 규명하려고 애를 쓴다.

밀러가 찾는 것은 유령과도 같은 비밀 소식통 ‘마젤란’. 밀러는 현지에서 고용한 사담 후세인을 증오하는 이라크인 프레디(할리드 압달라)의 도움을 받아 시내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면서 단독 수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밀러는 과거 후세인의 실권자들로 미국을 등에 업고 재기하려는 일당을 만나고 ‘마젤란’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나 미국이 이들을 배반하면서 통속적인 액션이 길게 이어진다. 이 부분이 신빙성이 없고 아이들 딱총 장난 보는 것 같다. 모두가 알다시피 부시는 세기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도 벌도 안 받고 지금 잘 살고 있다. R. Universal. 전지역.


HSPACE=5
로이 밀러(맷 데이몬·오른쪽)는 WMD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왼쪽은 밀러의 행동을 저지하는 특공대원(제이슨 아이작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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