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1~2시간 산 위엔 아직 은빛세상
3월 중순인대도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 올해는 평년에 비해 겨울우기가 길게 지속되면서 그동안 캘리포니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가뭄도 일부 해갈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길어진 겨울 우기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남가주 산악지역의 눈구경을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LA 베이슨(basin)을 품에 안고 있는 앤젤레스 포레스트와 알파인 리조트 빅베어 지역 그리고 남가주 최대 고지대 도시 중 하나인 마운트 파이노스(Mt. Pinos)의 프레이저 팍(Fraizer Park)이 흰눈 돗자리를 넓게 깔고 윈터 원더랜드로 탈바꿈했다. 아무 것도 쓰이지 않은 백짓장처럼 눈부신 설원. 나무마다 눈꽃이 만발하고, 곳곳에서 그 설경을 만끽하는 ‘겨울 나그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눈밭 위에서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눈썰매 등 남가주에서는 흔히 즐길 수 없는 눈놀이 장소들을 3월 중순까지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도 있다. LA 근교 눈놀이 지역들의 현재 스노 컨디션을 알아보면서 주말 눈놀이 나들이를 나서 보자.
길어진 우기로 적설량 많아
한적한 농가·겨울산 구경 상쾌
■프레지어 팍(Frazier Park)
북가주로 올라가는 5번 프리웨이가 관통하는 테혼 패스(Tejon Pass)에서 만날 수 있는 프레이지어 팍은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한곳인데 빅베어 등 샌버나디노 마운틴에 비해 거의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지역으로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눈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겨울내내 내린 눈으로 현재 이 지역은 곳에 따라 3피트가 넘는 눈이 쌓인 곳도 있다. 특히 LA, 벤추라, 컨 카운티가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인 해발 8,831피트의 마운트 파이노스(Mt. Pinos) 주변이 지난 주말 내린 눈으로 잔잔한 설경을 평화스럽게 펼치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농가. 끝없이 이어진 올록볼록 언덕은 눈 이불을 덮고 있어 마치 흰 물결처럼 보인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에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농가의 풍광은 그림엽서 속의 모습과 똑같다.
마운트 파이노스 레인저 스테이션의 데브라 콘 레인저는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 2주 이상은 눈놀이를 하기 좋은 컨디션이 유지될 것 같다”며 “파이노스 마운틴 등 눈놀이 지역으로 들어가는 도로들이 모두 깨끗하게 정리, 개통되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눈이 내리지 않는 이상 스노체인 없이도 이곳을 쉽게 방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노스로 1시간 반 정도 가다가 테혼 패스의 고갯길을 내려서자마자 프레지어 팍 출구로 내려서 좌회전, 서쪽으로 가면 타운에 도착한다. 마을에서 쿠디 밸리 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가 마운트 파이노스 로드로 들어가면 환상의 설경을 보면서 산 위로 오르게 된다. 6마일 정도 산길을 오르면 출라비스타 주차장에 도달한다. 현재 출라비스타 주차장까지는 제설작업으로 눈이 말끔히 치워진 상태이다.
태혼 패스에 있는 프레이저팍은 겨울이면 윈터 원더랜드로 변하면서 눈놀이 명소가 된다.
고드름 주렁, 솔향기 상큼 “와 멋지다”
■앤젤레스 포레스트
그동안 LA에서 가장 수월하게 눈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올해는 계속되는 비와 함께 라카냐다에서 시작되는 2번 앤젤레스 크레스트(Angeles Crest) 하이웨이가 폐쇄되면서 이 지역을 가기 위해서는 15번 프리웨이를 이용해 산 뒤쪽에서 포레스트에 도달해야 한다.
마운틴 윌슨(Wilson)을 비롯해 라이트우드(Wrightwood), 마운틴 워터맨(Mt. Waterman), 칠로아(Chiloa) 등 앤젤레스 포레스트의 유명 눈놀이 지역이 현재 곳에 따라 10피트 이상의 눈에 쌓여 있지만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LA 한인타운에서 2~3시간 이상의 드라이빙을 해야 한다.
앤젤레스 포레스트의 제프 클루거 홍보관은 “2번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를 개통하기 위해 현재 노력 중이지만 앞으로 3~4주 이상의 복구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며 “포레스트 동쪽과 북쪽에서 들어오는 도로 역시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이들 도로를 이용해 포레스트를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는 길
일반적으로 LA에서 2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 210번 이스트로 갈아타고 첫 번째 출구인 2번 앤젤레스 크레스트 하이웨이에서 내려 좌회전, 산으로 오르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15번 프리웨이로 바꿔 타고 포레스트로 들어서는 138번으로 갈아타고 2번 하이웨이를 통해 산으로 올라가면 눈놀이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
3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앤젤레스 포레스트 등 남가주의 산악지대는 겨울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운틴 발디(Mt. Baldy)
겨울철인 지금 LA 시내에서 동북쪽의 산악지대를 바라보면 머리에 눈을 이고 있는 높은 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마운틴 볼디다.
일명 대머리 산이라고 불리는 볼디는 산악인들과 스키어들에게는 ‘도전’을 의미하는 산으로 험악한 하이킹 코스와 가파른 스키장에는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하이커들과 스키어들이 많이 몰려든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소문난 폭포와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소나무 숲 속에는 눈도 많이 쌓여 경치 구경과 눈놀이에 아주 그만인 곳으로도 소문이 났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가 포모나시를 지나 마운틴 애비뉴(Mountain Ave.)에서 내려 좌회전, 북쪽으로 산길을 15마일 정도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LA에서 가장 높은 지대 중 하나인 마운틴 볼디 지역의 겨울 설경.
■빅베어 마운틴, 레익 애로헤드
남가주 주민들에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곳으로 LA 근교에서 진짜 알파인 빌리지 스타일의 겨울 경치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주말마다 스노 서밋, 베어 마운틴, 스노 밸리 등 스키장들은 파우더 스킹과 스노보딩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스키를 타지 않아도 그냥 눈구경이나 눈놀이로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지붕에 눈을 잔뜩 이고 처마에는 고드름을 주렁주렁 매단 점포들은 마치 알프스의 마을처럼 운치가 있고 식당에서 간간이 새어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는 때 없는 시장기를 불러일으킨다. 싱그러운 솔 냄새가 풍기는 소나무 숲 트레일을 눈을 맞으며 걸어 보는 것도 색다른 계절의 맛을 느끼는 한 방법이 된다.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지만 눈놀이장(Big Bear Snowplay 42825 Big Bear Blvd., 909-585-0075, www.bigbearsnowplay. com)도 오픈한다. 이 곳에서는 자녀들과 눈썰매를 타거나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를 해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입장료는 25달러인데 썰매로 사용하는 튜브와 리프트 티켓이 포함되어 있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가 샌버나디노시를 지나 30번 도로를 만나면 이 길을 따라 북상, 계속 가다보면 산길로 이어지는 330번 이스트를 타면 18번으로 바뀌면서 빅베어 지역에 도착하게 된다.
겨울 산행 주의점
■썰매와 복장
눈놀이 썰매는 스포츠용품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대부분 플래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가격은 15달러 내외. 100달러 이상의 고가품도 있지만 1년에 1〜2번 눈놀이를 가는 사람들은 저렴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옷차림은 기본적으로 보온이 좋고 방풍이 잘 되어야 한다. 여벌 옷가지와 양말들을 따로 준비하고 신발도 가급적 방한 효과가 좋은 등산화나 눈 장화를 신는 것이 좋다. 운동화에 물이 세면 여간 발이 시리지 않다.
■국립산림국 어드벤처 패스
크리스탈 레익, 마운트 발디 등 국립산림 지역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1일 5달러의 입장권을 비지터센터나 레인저 스테이션에서 구입해야 한다. 어드벤처 패스는 일반 스포츠용품점이나 낚시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자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30달러의 1년 시즌패스를 구입하는 것도 좋다. 어드벤처 패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국립산림청 LA지부 (626)574-5200, www.fs. fed.us/r5/passes/로 하면 된다.
■자동차
목적지가 대부분 강설 지역에 속하므로 오가는 길에 눈이 올 것에 대비해 스노체인을 준비한다. 스노체인은 스포츠용품점에서 판매하는데 가격은 40~70달러선이다. 체인보다 가격이 비싼 철사(와이어)가 설치하기 편한데 무엇을 구입하든 집에서 반드시 한번은 부착 연습을 하고 떠난다. 눈 속에서 스노체인을 설치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출발 전 라디에터의 부동액, 배터리 상태, 타이어 에어 프레셔 등도 미리 점검해 본다.
■코스와 날씨 점검
겨울철에는 해가 짧아 대개 오후 4시 전후면 날이 어두워지므로 겨울철 산행은 가급적 일찍 시작해 해가 지기 전에 끝내는 것이 좋다. 특히 하이킹을 하는 경우에는 무리한 코스를 택하지 말아야 한다. 코스와 날씨를 인터넷 등을 통해 사전에 점검하고 방문객센터에 먼저 들러 날씨와 코스 컨디션에 대한 정보를 구한다.
<백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