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년 봄의 분노

2010-02-2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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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주 워싱턴 문인회

개나리 울타리 밑으로
살갑게 기어 오던 봄이
분노를 안고 왔다.

응달에 잔설이 가부좌하고
졸졸졸
얼음 녹는 소리 골짜기에 졸 때
종달새 찌렁찌렁 보리밭에 화답하던
연록 화신을 안고 오던 봄이
분노로 왔다.

80년 만의 폭설이
폭군으로
태풍까지 몰고와 분노한다.
지붕이 내려 앉고
절전으로 칠흑이고
수도가 동파되고
냉동이 먹통이고
교통이 마비되고
거목이 쓰러지며...
세계의 수도 워싱턴이 꽁꽁 얼어 심장이 멎었다.

삶이 발을 동동 구른다
탄식이 눈 오는 하늘을 덮는다
분노는 신의 스트레스다.
인간의 교만이 자연의 분노를 터트렸다
더 큰 저주의 분노가 오기 전에
명철한 지혜로 겸손하여 신의 은총을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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