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국에 다녀오며 읽고 싶은 책들을 몇 권 샀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성석제씨의 작품을 함께 나누고 싶어 소개한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으로 요즈음 유명해진 신경숙 작가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녀의 글은 매우 섬세하고 완벽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로 알려졌으며 단어들의 함축성, 비율적 울림 등이 시적 문체처럼 세밀하게 써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또한 그녀 내면의 비밀도 꺼내어 스스럼없이 독자에게 보여주므로 독자도 함께 승화되어 버린다.
다른 작품과 다른 것은 이제까지 많은 작가들이 표현해온 엄마는 가정이라는 굴레 안에서 고생하고 인내하며 모든 것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래서 이에 빚진 자식들의 원죄만 대부분 강조해 왔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우리 어머니도 나와 당신처럼 사람이며 욕구와 고뇌, 연민, 불행의 시간들을 느끼며 살고 있는데, 왜 가족들은 이를 모두 모르는 척 외면하고 살아가는가. 그래서 새삼 우리를 깨우고, 공감과 충격을 불러일으키며, 엄마도 한 여자이고 한 인간임을 강조해서 알리며 결국 우리를 미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는 피가 흐른다고 한다.
공지영 작가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서 특별한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주위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공지영의 책을 읽다보면 문장 아래에 밑줄을 치게 되고 가끔씩 읽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녀가 쓴 신작 에세이 ‘가벼운 깃털하나’는 본인이 한 일간지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은 것인데 언제인가 한번은 평범하고 가벼운 주위 이야기들을 책으로 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담백하고 차분한 문장으로 대중의 가슴에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생활에서 책은 놀이터도 되고, 장난감도 되며, 오락이 되었다 또 미래로 희망과 지침을 열기도 한다. 2년 전에 출판된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3만부가 팔렸다니 대단한 기록이다.
그녀의 책에서는 항상 아픔을 참고 뚫고 나가면 꼭 다른 세계가 우리를 기다린다고 강조한다. 삶이 우리를 속이고 질곡이 느껴질 때 그녀의 책 ‘위로 3 부작’을 펼치면 인간 공지영의 속삭임이 들린다고 한다.
공선옥 작품 ‘나는 죽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들은 제목이지만, 그런 뒷면의 얘기들을 듣다보면 제목과는 다르게 처연한 슬픔부터 먼저 밀려온다. 그녀는 청소년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내면의 고민과 아픔을 꺼내며 조용히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옛날 사춘기 아이들은 요즈음 제일 힘든 일이 무어냐고 물으면 대부분 “몰라요”하면서 도망갔는데 요즘 아이들한테 물으면 천연덕스럽게 “성적하고 엄마요”라고 한단다. 그래서 “왜 그렇게 힘든데 그냥 견디니”하고 물으니 나중에 커서 뭘 먹고사나 걱정이 되면 지금 참는 편이 낫다고 하더래요. 그 소리 듣고 놀랐는데요. 하여간 조언은 그래도 세상을 조금 가볍게 살라고 했다고... 그리고 격렬한 사춘기에는 무슨 일에나 용기 있게 맞설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얘기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수업시간에 곁에 짝꿍이 슬쩍 건네주는 종이쪽지처럼 내면의 진실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글이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는 힘이 있다고 한다.
성석제의 소설집 ‘지금 행복해’는 아홉 편의 단편 소설을 하나로 묶어서 만든 책인데, 출판한 지 석 달 만에 6쇄를 찍어내면서 유명해진 작가이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많은 이들이 혼자 남몰래 키득거리게 만들고, 그렇게 한참을 끌고 가다가 마지막에는 마음을 흔들며 결국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그는 시인으로 처음 등단했지만 지금은 여행 작가와 소설가로 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