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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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지붕의 사원 민중불교 염원 느껴져

2010-0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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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한인산악회 - 티벳-네팔 횡단 등반기 <8>

■판첸 라마의 거취


티벳 제2의 도시 시가체는 서부 티벳과 네팔, 인도등지로 갈라지는 교통과 교역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중국 정부가 투자와 개발을 가속화해서 네팔, 인도와 국경을 맞댄 서부지역을 한 벨트로 묶으려는 ‘서부 공정’의 중심 도시이다. 시가체 중심 도로는 모두 ‘상하이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라싸는 중심 도로가 ‘베이징로’라고 되어 있다. 이름을 붙여 놓고 연대해 발전해 가도록 하는 게 중국 정부의 정책이다. 실제로 상하이에서 자본이 와서 세워졌는지 ‘상하이로부터 5,000km 지점’ 이라는 구조물이 서 있다. 중국 땅이라고 못 박아 놓은 것 같아 쓴 웃음이 나왔다.


척박한 고원에 거대한 불상 인상적
사원마당엔 승려와 군인들 섞여 움직여
높은 지대 머물다보니 입맛 잃어 고생



아침식사로 익숙했던 커피, 오믈릿, 햄, 토스트, 과일 등을 숙소에서 먹을 수 있어서 든든했다. 티벳 음식이 결코 나빠서는 아니나 고원지방을 오가다 보면 두통으로 입맛이 줄어들어 잘 못 먹기 때문이다. 체중이 좀 나가는 나로서는 자연히 다이어트가 돼서 작은 즐거움 중에 하나이긴 했다.

타쉴훈포 사원은 티벳 사원 중 가장 윤기가 흐르고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1447년 총카파에 제자이자 1대 달라 이라마인 겐덴 투르프(Genden Drup)가 세운 사원이다. 초기에는 주류에서 소외 되었던 곳이었으나, 5대 달라이라마가 이곳의 원장에게 ‘위대한 학자’라는 의미의 ‘판첸’(Panchen)이라는 칭호를 내리면서 지위가 격상 되었다. 이후 판첸 라마가 중국의 청 왕조에 의해 서부 티벳의 지도자로 임명되면서 달라이 라마와 갈등을 겪으며 분열하게 된다.

1959년 라싸 봉기 후 10대 판첸라마가 마오쩌뚱에게 티벳인들의 종교적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고 티벳인들에게는 인정을 받았으나 중국에서 투옥당하고 돌연한 사망으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제 11대 판첸 라마로 암도에서 발견된 6세 소년은 중국 정부에 의해 억류 된 상태이고 세계 최연소 정치범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타실훈포에 근거를 두고 베이징에서 학습중인 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는 중국 정부가 옹립한 사람이다.

이 거대한 사원은 금빛 지붕으로 덮여있다. 철학대학과 탄트라 대학 건물을 지나 야트막한 비탈길을 올라가면 세계 최대 26미터의 금동불이 모셔진 전각이 나온다. ‘마이트레야 상’이라는 이름의 이 미륵좌상은 1914년 900명의 장인들이 4년의 걸쳐 만든 정교한 불상이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척박한 고원에서 거대한 목조불상을 만들고 사원을 지었으니 과연 민중들의 불교에 대한 염원이 대단하다.

켈상 사원의 대법당 1층에는 역대 라마들의 모습을 묘사한 거대한 탕카들이 걸려 있고, 2층에는 10여개의 법당에 역대 판첸 라마의 무덤들을 볼 수 있다. 타실훈포는 티벳 역사의 흥망성쇠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사원 마당에는 승려들과 중국 군인들이 섞여서 배회하고 있다. 사원 문을 나서면 바로 시가지로 통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오니 중국 당국에서 치안에 신경을 쓰는 것일 게다. 그래도 법당에 승려와 군인이라니 해괴한 그림임은 분명하다.


법당 입구에 그려진 만다라에 관심이 갔다. 만다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원’(圓)이라는 뜻으로 힌두교와 탄트라 불교에서 종교의례를 거행할 때나 명상할 때 사용하는 상징적인 그림이며 기본적으로 우주를 상징한다. 즉 신들이 거할 수 있는 신성한 장소이며, 우주의 힘이 응집되는 장소이다. 인간(소우주)은 정신적으로 만다라에 ‘들어가’ 그 중심을 향하여 ‘전진’하며 유추에 의해 흩어지고 다시 결합하는 우주 과정으로 인도된다고 한다. 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느껴 보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타쉴훈포 사원은 뒤로 나지막한 민둥산이 에워싸고 있는데 예전엔 그 산 위에서 천장을 지냈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티벳인들의 천장 풍습은 어쩌면 그들 고유의 자연환경 때문에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티벳 고원은 대부분 암반층이어서 땅을 깊이 팔수도 없고, 습도와 산소가 부족해 파 묻어도 잘 부패하지 않는다. 시신이 부패하지 않으면 다시 태어날 때 장애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티벳 사람들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장례풍습은 조장(鳥葬) 또는 천장(天葬)이다. 천장은 독수리에게 먹여 뼛조각 하나 남지 않게 ‘하늘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살아서 공덕을 많이 쌓은 자일수록 독수리가 많이 모여들어 그만큼 빨리, 깨끗하게 시신이 ‘하늘로 간다’고 믿는다. 라사 주변에도 몇몇 천장 터가 있으나 외부인에게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티벳 불교 스승은 이 같이 말한다. ‘삶이란 육체에 잠시 머무는 여행과 같다. 삶은 단순하게 운영될수록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여행자에겐 짐이 무거울수록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은 헛된 집착과 욕망 때문에 찰나의 인생을 쓸데없는 일로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영혼을 중시하는 그들의 삶을, 보고 느낀 것이다. 법당 하늘 위에는,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해 독수리 한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다.

사원을 뒤로하고 에베레스트 전망대 기념비가 있는 갸초 라(5,216m) 고개로 향한다. 티벳쪽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자면 입장료를 다시 내고 여권 검사도 한다. 관문은 중국 공안(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티벳인들의 네팔이나 인도 쪽 유출을 막고,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외화벌이 일 것이다. 관사 건물에 하늘거리며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그나마 순정으로 다가왔다.

<수필가 정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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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원 중 가장 아름다운 타쉴훈포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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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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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을 중국화 하려는 중국정부의 ‘서부 공정’의 상징과도 같은 구조물 앞에서 산악회 회원들. 상하이에서 5,000킬로미터라는 문구가 그들의 야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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