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스토리 - 남가주 피어 명소들
▶ 서핑·조깅·데이트… 기분전환 ‘만점’
남가주의 여러 관광 명소 중에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해변마다 만날 수 있는 피어(pier)이다. 바다를 헤치고 저 멀리 떠나고 싶은 인간을 욕망을 분출하 듯 피어는 뭍에서 바다 한가운데로 수십에서 수백 야드 길게 늘어져 있다. 배를 타지 않고도 바다의 깊은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주말이면 가족과 데이트족들의 좋은 나들이 장소이며 평일에는 고기를 낚는지 세월을 낚는지 모르는 강태공들이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 샌타바바라에서 오렌지카운티 대너포인트까지 남가주에는 30여개에 달하는 피어가 있다. 대부분 일반에게 무료로 문을 열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관광명소로도 잘 알려진 남가주의 유명 피어들과 주변 해변들을 소개한다.
◆레돈도비치 피어
남가주에서 한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피어라고 하면 싱싱한 왕게 등 먹거리가 풍부한 레돈도비치 피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월요일 방문한 레돈도비치 피어는 주말 내내 내린 비로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몇년 전만해도 주차장에 파킹 스페이스가 없을 정도로 분비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곳도 불황의 여파로 인해 한산한 모습으로 감출 수가 없었다.
LA 근처에서 낚시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피어는 샌타모니카, 맨해턴비치, 레돈도 비치 피어 등인데 그 중에서 가장 입질이 많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한인을 포함한 수십명의 낚시꾼들이 바다로 캐스팅을 하면서 월척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곳에서 최근 잘 잡히는 어종은 고등어, 삼치 등이다, 특히 물때가 맞았을 경우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별 재간이 있건 없건 간에 떼로 몰려드는 고등어, 삼치 등을 손쉽게 낚아내는 모습이 무척 신나 보인다고 한다.
피어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방파제 역시 낚시 포인트인데 파도가 높을 때는 절대 이곳에 접근하면 안된다. 바위가 크고 미끄럽기 때문에 고기를 잡으려다 사람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레돈도비치의 명물은 여러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횟집이다.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활어류를 막 건져내 사시미로 떠 내놓는 회와 우리 입맛에 척 붙는 얼큰한 매운탕과 조개탕의 맛도 일품이려니와 한국서 산채로 실어온 해삼과 멍게를 대하면 떠나온 고국에의 향수가 바로 발 밑에서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와 가슴을 적시는 멋도 있는 곳이다.
낙지와 주꾸미, 생굴도 있고,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산 게, 산 새우, 산 랍스터가 대형 수조에서 쉴새없이 꿈틀대고 있는 곳. 시푸드 전문 조리사들이 만드는 온갖 묘미의 메뉴들은 모든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가는 길
LA에서 110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가다 91번, 405번 프리웨이가 교차되는 지점을 바로 지나면 토랜스 블러버드(Torrance Bl.)가 나온다. 이 곳에서 내려 우회전해 서쪽으로 계속 바닷가까지 가면 된다. 파킹료는 평일 3달러, 주말 5달러 밸리데이션을 받을 수 있다.
레돈도비치에는 횟집 등 한국식당도 있어 관광 후 시원한 매운탕과 큼직한 게로 온 가족이 디너를 즐길 수도 있다.
겨울철 오후 햇살을 받으며 한가하게 정박되어 있는 레돈도비치 피어 하버의 보트들.
◆맨해턴비치
남가주에서 가장 깨끗하고 ‘시크’(chic)한 피어를 꼽으려면 다년 맨해턴 비치피어다.
베벌리힐스에 이어 LA에서 가장 주택 가격이 높은 타운으로 유명한 맨해턴비치는 한때 허름한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들이 시끄러운 록음악이 거리로 흘러나오는 선술집에 앉아 가볍게 데이트를 즐기는 남가주 여느 해변 도시와 다를 바가 없는 곳이었다.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햄버거 등 간단한 메뉴를 취급하는 푸드 스탠드(food stand)들이 방문객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했으며 고급 브랜드를 취급하는 뷰틱(boutique) 대신 싸구려 옷가게들이 샤핑 업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맨해턴비치가 갑자기 부자동네로 변하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초반. 당시 메이저리그와 NBA 그리고 NHL(프로하키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 이곳에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이다. 프로선수들은 원정경기를 하고 LA에 돌아오면 보통 새벽 2~4시께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다. 과격한 운동과 긴 비행기 여행으로 몸이 피곤한 선수들은 LA 공항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에 집을 마련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이 바로 LA공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맨해턴비치다.
피어에서 바라다 본 이 동네 주택들이 매우 특이하다. 남가주에서는 드문 작은 집들이 뉴잉글랜드 풍, 네덜란드 풍, 스페인 풍으로 각각 아름답고 과자집 처럼 귀엽다. 해안을 누비는 컬러풀한 요트와 고급 샤핑몰들도 분위기를 돋우는데 톡톡히 한몫을 담당한다. 특히 품위 있는 레스토랑과 유명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바(bar)와 나이트클럽이 타운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맨해턴비치 피어에는 작은 해양 수족관이 있어 어린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를 타고 가다가 405번 사우스로 갈아 탄다. LAX를 지나서 나오는 Manhattan Beach Bl.에서 내려 바닷가 쪽으로 2마일 정도 가면 비치 타운에 도달하게 된다.
남가주에서 가장 깨끗하고 세련된 피어로 명성이 높은 맨해턴비치 피어.
맨해턴비치 피어 끝에는 작은 수족관도 있다.
◆샌타모니카 피어
남가주를 대표하는 명소. 항상 서핑, 조깅, 산책 등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이들은 피어에 있는 퍼시픽 팍(Pacific Park)에서 뛰어놀 수 있으며 대형 관람차를 타고 허공에서 바라보는 해변 경치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회전목마, 범퍼카, 바이킹, 미니 암벽타기, 미니어처 골프, 아케이드 게임 등 놀이가 다양하다. 수족관에서는 오글 스웰 샤크, 바다달팽이, 불가사리, 게, 곰치 떼, 레오파드 샤크 등을 만날 수 있다.
피어에서 왼쪽으로는 베니스비치, 뉴포트비치, 롱비치 등이 연결되고 오른쪽으로는 말리부비치의 풍경이 이어지며 인근에는 젊음의 거리로 잘 알려진 3가 프로미나드에 샤핑과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메인 스트릿에 위치한 관광객 정보센터(Visitor Information Center, 1920 Main St. # B Santa Monica, CA)를 이용하면 그날의 행사나 샌타모니카 피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310)393-7593
(310) 260-8744(퍼시픽 팍)
www.santamonica.com
◆말리부 피어
샌타모니카에서 7마일 정도 북상하면 말리부 피어(Malibu Pier)를 만난다.
60~70년대 할리웃 스크린을 장악했던 수많은 ‘비치 무비’(Beach Movie)의 로케이션으로 애용됐던 서프라이더 비치(Surfrider Beach)에 있는 말리부 피어는 남가주 여느 비치의 피어보다 한적하기 때문에 조용히 산책을 하기도 좋고 인파를 떠나 낚시를 하기도 좋은 곳이다.
서프라이더비치는 파도가 높아 서핑을 하기는 적절하지만 초보자들은 수영을 안 하는 것이 좋다. 백사장은 물과 만나는 곳에서 금방 끊어지고 바위가 많기 때문에 수영보다는 낚시, 하이킹, 피크닉, 갯벌 관찰, 스쿠버 등의 레포츠로 유명하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웨스트를 타고 가다가 샌타모니카에서 1번 퍼시픽 코스
트 하이웨이로 바꿔 7마일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잭 인 더 박스’ 햄버거샵이 보이고 왼쪽으로 말리부 피어가 나타난다. 주차는 길에 하는 것이 좋다. 파킹랏은 주차료가 12달러 정도로 매우 높다.
라이선스 필요없고 낚싯대도 빌려줘
◆피어 낚시의 묘미
피어 낚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우선 자리가 편하고 낚시 라이선스가 없어도 되며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 등이 꼽히는데 이런 이유로 피어 낚시꾼들 중에는 가족 단위로 온 경우가 적지 않다.
한참을 기다리다 마침내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 낚싯대를 통해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이야말로 낚시가 갖는 최대의 묘미가 아닐 수 없는데 피어 낚시를 가면 어린이나 초보자도 약간의 인내심만 있다면 이런 기분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피어 낚시에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낚싯대와 고기 담는 통, 칼, 접는 의자 등으로 낚싯대는 릴, 낚싯줄, 바늘, 추 일체를 보통 40~50달러면 구입할 수 있으며 당장 준비가 안됐을 경우 피어에 가면 낚싯대를 10달러 정도에 빌릴 수 있다.
미끼의 경우도 역시 피어에 있는 낚시점이나 미끼를 파는 상점이 있어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데 어종에 따라 쓰는 미끼도 지렁이, 멸치, 꼴뚜기, 새우, 콩 등 제각기 달라 미끼를 살 때 그 날 잘 잡히는 어종과 이에 맞는 미끼를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고기를 낚는지 세월을 낚는지, 강태공들의 모습에는 ‘인생의 여유’를 찾아볼 수 있다.
남가주 해변 곳곳에 있는 피어는 가족과 데이트족들의 좋은 나들이 장소이자 강태공들의 좋은 낚시 포인트가 되고 있다.
글·사진 백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