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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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718m에 보석 같은 ‘하늘 호수’

2010-0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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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한인산악회 티벳-네팔 횡단 등반기 <6>

라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감기기운 같이 미열이 있고, 입맛이 없어 저녁도 거의 먹지 못한 게 고소증 때문이었다. 모두 비슷비슷하게 당해내고 있다. 아침에 텐진이 중국산 초록색 고소 약을 주며 먹으라 한다. 남쵸 호수(해발 4,718m)까지 가려면 좀 힘들 것이라 한다. 라싸에서 북쪽으로 190여킬로미터, 남쵸 호수 가는 길은 칭짱열차의 기찻길과 탕글라 산맥의 만년 빙하가 녹아내리는 얄룽창포 강의 북쪽 지류와 나란히 흐른다. 때마침 열차가 지나가서 우리가 탔던 칭짱열차인가 하니 반가워서 버스를 세워 사진을 찍었다. 가는 길은 강을 따라 기찻길을 쫓아 휘돌아 휘돌아가는 포장길이다.


둘레 70km의 거대한 호수 푸른빛 눈부셔
고소증에 어질어질 거북이처럼 천천히 이동
이제 티벳 제2의 도시 ‘시가체’로 향한다


‘남쵸 자연보호구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나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곧 길이 가팔라진다. 황량한 붉은 산비탈 여기저기 유목민들의 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천막 주위에 광활한 들판에서 양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마침내 해발 5,190미터의 라 큰라(La Kenla) 고개 정상에 도착한다. 몸을 날릴 것 같은 바람이 불어와 수많은 룽다가 흔들리고, 대원들마저도 흔들거린다. 기온도 어느덧 뚝 떨어져 두꺼운 옷들을 모두 꺼내 입는다. 그 바람 부는 언덕에는 관광객을 하염없이, 조바심 없이 기다리는 티벳인들이 있다. 사진을 함께 찍고 자그마한 도움을 준다. 그들의 땅이고 그들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것 분명히 맞다. 이 고개에서 저 멀리 남쵸 호수의 전경이 확 보이나 호수에 도착하려면 굽이굽이 2시간은 더 가야 한다.

남쵸는 티벳어로 ‘하늘 호수’라는 뜻이다. 둘레가 70킬로미터 이상인 이 호수는 염호로서 그 빛이 얼마나 투명한지 ‘푸른 보석’으로 불리고, 저 너머로 만년 빙하로 덮인 녠첸탕글라 산맥이 하늘과 호수에 경계로 둘러져 있다. 호수의 푸른빛이 너무 눈이 부셨다. 나는 한사코 눈을 부릅뜨고 티벳 고유의 푸른빛을 마음의 담으려고 애썼다.

우주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룽다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내 안으로 돌진해 들어왔다. 하늘이 호수인지 호수가 하늘인지 분간이 안 된다.

하늘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제일 큰 호수다. 염호라고 해서 물맛을 보았다. 호수 물은 짜지 않았다. 남쵸 호수엔 배를 띄울 수가 없다. 호수 속엔 물고기가 많이 살지만 아무도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성스러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다거나 배를 띄우는 건 불경스러운 짓이기 때문이다. 수천년 간 지녀온 금기를 아직은 깨지 않고 있지만 철도의 개통으로 밀려오는 한족 관광객들 때문에 티벳인들의 순수한 본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자못 염려가 된다.

라싸에서부터 몇 시간 만에 고도를 1,100미터 정도를 올려서 인지 모두들 어질어질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거북이처럼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원정대는 족히 300미터가 넘는 길이의 룽다를 매달기로 대장님 이하 모든 대원들이 결정했다. 대원들 모두 룽다에 이름을 새겼다. 티벳 소년은 큰 바위산으로 룽다를 가지고 뛰어 올라갔다. 무거운 돌을 달아 지상으로 떨어트려 반대편 바위에 묶는 것이다. 룽다는 바람에 나부끼어 우리의 소원을 널리널리 전해줄 것이다. 우리 원정대의 무사와 안녕을 빌고 더 나아가서 티벳의 평화를 기원했다.

우리 대원들은 각자 흩어졌다. 조랑말을 타고 호숫가를 돌아보는 팀, 호숫가 근처에 앉아 하염없이 명상을 하는 팀, 남쵸 호수 본성의 푸른빛을 빨아들이려 사진을 찍는 팀, 야크를 타보려는 팀 등 여러 팀으로 나뉘었다.


나는 흰색 야크를 타보았다. 줄을 잡아당기면 뒷걸음으로 호수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잘 생긴 배우 같은 치장을 한 야크가 돈벌이를 제법하고 있다.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4,718미터의 고도는 역시 높은 곳이었다. 많은 대원들이 두통을 호소해 와 어서 내려가는 게 상수였다.

마지막 밤을 라싸지역 청년산악회의 등반대장과 저녁만찬을 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선물을 준비했고, 티벳의 등반대장도 소중한 선물을 준비해 서로 우의를 다지고, 내년 티벳 루트로 등반할 초오유(8,201m)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
다음 날은 18명의 대원들이 랜드크루저 6대에 나누어 타고 티벳의 제2의 도시 시가체로 향한다.

시가체(3,900m)는 라싸에서 290km, 천장남로로 약 6시간이 소요 된다. 캄바라 고개(4,794m)를 지나 암드럭쵸 호수(4,488m, 티벳 4대 성호) 탐방, 카롤라 빙하 감상 후, 쿰붐 사원을 가는 일정이다.

<수필가 정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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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4,718미터에 위치하고 있어 ‘하늘 호수’란 뜻을 가진 남쵸 호수. 티벳인들에게는 성스러운 곳이다. 저 뒤로 멀리 만년설로 덮인 녠첸탕글라 산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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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쵸 호숫가에서 야크에 올라탄 대원. 야크는 티벳인들에게 삶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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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쵸 호수 주변 식당에서 만난 티벳 여인. 순박한 티벳인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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