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때문에 쌓아올린 집이고 건물인데 그게 사람을 덮치는 흉기로 변하게 될 줄이야. 그 속에 묻히고 깔려 죽은 사람이 무려 20만이라니 전국이 온통 공동묘지화 된 기막힌 참상이다.
드디어 어느 중형교회 강단에서 선포된 L목사의 “지옥이 따로 없다, 아이티가 바로 지옥이다”라는 내용의 성급한 설교가 물의를 일으키며 일부 양식 있는 교인들의 빈축을 샀다는 제보가 날아들었다.
성경 속에 나타난 지옥의 처절한 모습은 감히 아이티의 참상에 비교가 안 될 만큼 무섭고 끔찍하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악인도 죽고 의인도 죽는다. 지진이 터지면 술집, 도박장 같은 퇴폐업소만 골라서 무너지는 건 아니다. 학교도 무너지고 교회도 무너진다.
온 세상이 함께 겪는 고통 어찌 종교인들이라고 예외겠는가? 아이티가 지옥이면 그곳 수많은 기독교인들하며 더구나 육중한 교회건물이 폭삭하면서 그 안에서 예배를 드리던 4백여 신도들이 한꺼번에 비명횡사했다는 비보, 이런 건 도대체 어떤 해석을 내려야 하는 건지, 아이티를 지옥운운하며 떠들어 대시는 분들께 묻고 싶다.
예전에도 그랬다. 아이티에 버금가는 일본의 고베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 사건 때도, 이런 비슷한 말들을 여러 번 들었다. 유독 한국에서 발생했던 각종 크고 작은 재난 때만은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유명 목사님들한테서 말이다.
내 조국에서 벌어진 사건도 아니고 내 피붙이 하나가 죽은 일도 아닌데, 해서 강 건너 불구경처럼 생각 없이 던지는 끔찍한 소리를 함부로 해대는 건 옳지 않다. 그들의 죄가 남들보다 더 컸기 때문에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면 지구의 이곳저곳 지진대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지옥에 떨어질 죄인들이란 말 밖에 더 되는가?
지금 아이티의 참상에 세계가 통곡하는 판국인데 지옥이니 뭐니 하는 무책임한 말로 더 큰 상처를 주다니, 그보다는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한 성경말씀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