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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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 공감대를 이루는 2010년

2010-01-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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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앞세운 자녀 교육
리더십 발전에 역 작용


얼마 전 MIT(Massachusetts Institution of Technology)에서는 2,000만달러를 들여 학생들에게 리더십 자질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요지는 학생들에게 공감대를 이루는 대인관계의 기술과 대화법을 익혀 사회의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48년도 MIT 졸업생인 버나드 고든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도록 거액을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엘리트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실패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그들이 대인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공학도들은 삶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대인관계를 두려워하고 기피할 것이 아니라 남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익히고, 그들에게 공감대를 통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심한 경쟁사회를 의식한 나머지 자녀의 학업 능력에만 치중해 자녀가 사회에서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다른 요소를 무시하곤 합니다. 시야를 넓게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자녀의 전인교육에 힘쓰는 것이 아니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을 키워주기까지 하면서 성적에만 치우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의 자녀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이루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로 인해 성인으로서 원만한 대인관계나 사회의 성공에 장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거식증과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한 청소년 환자가 어머니와 함께 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딸이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호소를 하자 어머니는 “너는 왜 우울증에 걸리니? 우울증에 걸릴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우리 집이 남들보다 부족한 것도 없고, 달라는 것은 다 해주고…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가족과 함께 사는데 왜 그래?”라며 다그쳤습니다.

그 말씀을 하는 안타까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의 이런 다그침은 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딸의 아파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단면이며, 거리감과 소외감을 유발하는 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일상 속에서도 이 가정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머니가 다그치는 대신 “우리 딸이 이렇게 솔직히 힘든 걸 얘기 해줘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같이 어떻게든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할 수 있는지 노력해 보자”라고 얘기했더라면 딸도 마음이 든든해지고 증상이 나아지는 데도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공감대에 대한 다른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평소에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왕따’를 자주 당하던 초등학생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놀러 갔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어떤 아이가 다가와 “넌 여기 어떻게 초대 받았니? 네가 이런 파티에 놀러올 자격이 있기나 해?”라며 악의가 가득한 핀잔을 주었습니다. 이 말에 상처를 받은 아이는 홀로 구석에 앉아 우울한 모습으로 어머니를 기다렸고, 아이를 픽업하러 온 어머니는 이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이렇게 항상 혼자 앉아 있으니까 친구도 없고 왕따를 당하지! 넌 항상 왜 이런 모습이니?”


아이는 바로 눈물을 줄줄 흘렸고 어머니는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고 합니다. 구석에 혼자 있던 아이를 봤을 때 어머니가 느꼈던 아이에 대한 답답함과 실망감은 감정적인 언사로 이어져 당시 아이가 무엇보다 필요로 했던 심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공감대를 이루는데 실패했습니다. 이후 상담 중에 어머니는 아들에게 했던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까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감정을 앞세우는 언행보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대화법을 보여주고 이로 인해 대인관계를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워주고 삶속에서 끊임없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참으로 바람직한 자녀교육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은 침체된 경제와 더불어 각종 사건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였습니다. 정계, 재계 등 각계의 유명 인사들의 자살 사건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인 상실감과 혼돈이 범람했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의 한인사회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냈고,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견뎌왔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2010년은 우리가 공동체로서, 같은 사회 속에서 소외되고 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따스한 마음과 대화로 지원해주며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714)293-0123, www.drjustinchoe.com

저스틴 최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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