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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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꿈 새해의 꿈

2010-0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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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고래이동 시즌 겨울바다 관광

▶ 왕복 1만마일 대장정 회색고래 떼 ‘장관’

멀리 10시 방향, 하늘로 치솟는 물기둥이 보이지요. 바로 회색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남가주를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 해안선을 따라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회색고래들이다. 북태평양 수염고래인 ‘그레이 웨일’(Pacific Gray Whale)은 매년 가을이 되면 고향인 알래스카와 캄차카반도 사이 베어링해에서부터 따뜻한 남쪽 바다를 향해 이주를 시작한다. 한겨울 바하 캘리포니아와 걸프 오브 캘리포니아 인근에서 새끼를 낳고, 그 아기 고래들이 여행을 떠날 만큼 자라는 12월 말부터 3월 사이에 다시 베어링해로 돌아가는 8,000~1만1,000km의 긴 여정에 돌입한다. 고래관광은 이들이 돌아가는 지금 시작되는데, 매년 1월이면 남가주 각 항만에서는 고래관광선이 매일 출항하게 된다. 서부지역 최대 규모인 롱비치 퍼시픽 수족관에서도 관객들이 직접 배를 타고 롱비치 앞바다에서 서식하는 해양생물들과 고래의 이동을 관찰하는 ‘와일드라이프 고래 크루즈’(Wildlife & Whale Cruise) 프로그램을 매년 이맘때부터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주말 롱비치 수족관이 있는 레인보우 하버(Rainbow Harbor)에서 출항한 고래관광선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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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벽두에 남가주 연안에서 펼쳐지는 고래 구경은 새로운 해를 희망차게 열 수 있게 해준다.


■ 롱비치 퍼시픽 수족관


롱비치 수족관의 고래관광 프로그램은 고래 구경뿐만 아니라 남가주 해안의 각종 생물들도 덤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들과 함께 꼭 한번 참여해 볼 만하다.

레인보우 하버에서 출항하는 하버 브리즈 크루즈(Harbor Breeze Cruises)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고래관광에는 수족관에서 근무하는 해양학자들이 직접 나와 고래의 생태계 및 롱비치 인근의 해양 라이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2시간반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지루하지 않고 매우 유익하다.

배에 올라 신비한 야생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청결한 바닷바람과 함께 새해 계획도 겸할 수 있기 때문에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매일 정오 그리고 오후 3시에 관광선이 출항하는데 3시 출항은 돌아오는 코스에 카탈리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태평양의 아름다운 일몰이 보너스로 전달된다.

발랄한 가이드의 리드로 배에 오르자 선장의 출항 신호가 우렁차하게 들린다. 높은 고동소리를 한바탕 질러댄 보트는 마침내 고래를 찾아 망망대해로 나선다. 자신보다 수백 배는 크지만 지금은 항구에 오래된 거목처럼 묶여버린 퀸 메리호를 옆으로 하고 서서히 롱비치 항구를 떠난다.

하버 브리즈 크루즈는 바닥이 두 개로 갈라지게 조선된 쾌속정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배의 흔들림이 적어 멀미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배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바람이 거세지면서 특히 겨울철인 지금은 상당히 쌀쌀한 해풍을 만나게 된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카메라 혹은 망원경을 둘러멘 구경꾼들이 갑판에 나와 곧 보게 될 회색고래를 상상하며 흥분된 모습으로 수평선을 바라본다. 뱃머리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물보라가 성급한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벌써부터 망원경으로 수면 이곳저곳을 살펴보도록 강한 충동을 이끌어낸다.


수십달러 탑승료를 지불한 관광객들은 고래관광을 하면서 TV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나오는 고래구경을 상상한다. 하늘로 치솟아 등을 돌려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브리칭(breaching)이라고 하는 점핑 해수욕을 즐기는 고래들의 모습을 기대하지만 사실 고래관광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구경거리이다.

회색고래는 항상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데 각 무리마다 성년 고래 한 마리가 앞장을 서고 뒤를 이어 수고래와 짝이 없는 암고래 그리고 마지막에 새끼를 거느린 어미 고래들이 뒤쳐져 따라간다. 이 무리를 매우 희미하게 발견하는 것이 관광의 메인 포인트인데 사실 관광에 나서 한 번도 고래를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30~40분은 롱비치 수족관 해양학자의 생태계 설명을 들으며 지루함을 달래야 한다. 회색고래들은 바하 캘리포니아 남서변의 샌이그나시오 만에서 새끼를 낳고 1월 말께가 되면 여름철 동안 크릴 등 먹이가 풍부한 북극해를 향해 서서히 이동을 시작한다.

회색고래는 대개 6월부터 10월까지 북극해에서 지내다가 10, 11월이 되면 5,000여마일의 3개월 장정을 거쳐 바하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고 다시 2~3월이 되면 북극해로 돌아가는데 이 기간이 고래구경의 피크를 이룬다고 한다.

1시간 정도 항진했을까 “서쪽 방향으로 이동 중인 회색고래가 발견됐다”는 선내 방송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 준비한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들고 수면으로 떠오를 고래를 기다린다. 수분간의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숨구멍으로 큰 숨을 토하며 수면 위로 긴 등과 꼬리 부분을 잠깐 드러낸 후 다시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회색고래를 목격할 수 있었다.

보통 2~3번 정도만 관찰이 가능한데 이번 고래관광에서는 무려 8회에 걸쳐 고래를 관찰할 수 있었다. 고래 외에도 수십마리의 돌고래 그리고 관광선 위를 나르던 펠리컨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으로 머릿속에 새겨졌다.

회색고래 외에도 흰긴수염고래 ‘블루 웨일’, 범고래 ‘킬러 웨일’, 긴수염고래 ‘핀 웨일’, 밍크고래 ‘밍크 웨일’, 혹등고래 ‘험프백 웨일’ 등도 고래 관광에서 볼 수 있으며, 돌고래 종류로 청백돌고래 ‘바틀노우즈 돌핀’, 커먼돌고래 ‘커먼 돌핀’, 흰옆구리돌고래 ‘퍼시픽 와이트 사이디드 돌핀’, 리소돌고래 ‘리소스 돌핀’, 작은 킬러웨일 모습을 한 돌고래 ‘달스 퍼포스’ 등도 목격할 수 있다.

수족관의 고래관광선을 타면 고래구경 외에도 부두만 옆으로 설치된 부이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들에 대한 생태계 설명이 또한 재미있다.

롱비치 항만에서 운행하는 고래관광선으로 오는 4월 초까지 관광선이 출항한다. 2시간30분 정도 항해하는 관광선은 주중에는 매일 정오와 오후 3시에 각각 출발한다. 관광 2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참가료는 성인 43달러, 어린이 29달러, 노인 40달러. 참가료에는 수족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문의:(562)590-3100 www.aquariumofpacific.org

수족관 구경을 제외하고 고래관광만을 원하면 레인보우 하버에서 바로 관광선에 승선하면 된다. 승선료는 성인 30달러, 어린이(6~12세) 18달러. 출항시간은 위와 같다.

*문의: (562)432-4900 www.2seewhal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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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고래 외에도 수십마리의 돌고래도 만난다.


■ 고래관광 주의점

고래구경의 최고의 적은 배 멀미. 배 멀미 약을 복용하고 마켓에서 생강을 술안주로 만들어놓은 것을 씹으면 배 멀미에 신통한 효과가 있다. 망원경을 지참한다. 고래를 찾을 때는 육안으로 먼저 확인한 뒤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바다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방수·방풍처리가 잘된 파카 등 외투를 입고 내의도 입는다. 신발은 간편한 것으로 신는다.


■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710번 사우스로 갈아탄다.

710번이 끝나는 지점에 롱비치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나오고 이 길을 따라 수족관 안내판이 보인다.

퀸 메리 드라이브 등 나가는 길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수족관’(Aquarium)이라는 표시를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 기타 남가주 고래관광

▲카브리오 머린 아콰리엄(Cabrillo Marine Aquarium)

남가주의 또 다른 수족관이 카브리오 머린 아콰리엄에서도 오는 3월까지 두시간반 동안 카브리오 연안에서 고래구경을 하는 보트 트립이 마련되어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여 오후 1시께 돌아오는 이 프로그램은 아콰리엄에서 훈련된 자원봉사 안내자와 미국 고래연구회인 ACS(American Cetacean Society)의 LA지부 회원들이 동행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해양 동물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문의: (310)548-7562 x223, www.cabrilloaq.org

▲마리나 델레이(Marina Del Rey)

태평양 연안의 최고 인공 오락항구로 1만척 이상의 보트가 항구에 떠 있다.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디너 보드(Hornblower)가 낮에는 고래관광선으로 변한다. 문의 (310)822-3625. 마리나 델레이는 매니큐어를 칠한 듯 단장된 화단의 부둣가와 어울러져 이 사이를 모텔, 호텔, 샤핑센터들이 들어서 있다. 항구를 도는 유람선도 매시간 운항하며 상점, 레스토랑, 미술관들이 피셔맨 빌리지에 모여 있다.

▲뉴포트비치(Newport Beach) 고래관광

아름다운 석양의 관광도시 OC의 뉴포트비치에서 볼 수 있는 고래관광이다. 고래구경은 물론, 아트 쇼와 영화 상영 등의 행사도 열린다. 고래 관련 정보 및 상품을 만날 수 있고, 초대형 고래 풍선과 인형이 춤추는 퍼레이드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고래구경은 하버에서 투어 서비스를 찾거나, 200피트 절벽인 헤드랜드에서 멀리 보이는 고래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 승선료는 성인 30달러, 어린이 25달러.

문의: (949) 675-0551, www.newportwhales.com

▲팔로스버디스(Palos Verdes)

반도의 시원한 겨울바다를 끼고 도는 LA 제일의 조망 드라이브 코스이다. 바다와 연결된 절벽이 많아 고래구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드라이빙 코스는 반도를 따라 약 15마일가량 이어지는데 곳곳에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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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스버디스 등 남가주 여러 해변에는 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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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구경 외에도 부두만 옆으로 설치된 부이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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