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은 모두 한 몸

2010-01-0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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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원 메릴랜드

많고 적음과 크고 작음을 다투지 말라. 흑백과 선악을 만들어 편을 가르지 말라. 높아서 가깝고 얕아서 멀다고 논하지 말라. 선돌(立石)에서 웃고 있는 천년 미소에 합장하고 긴 머리 피 흘리는 섬뜩한 십자고사에 기도하여 극락동엘 가거나 천당동엘 가거나 갸가갸인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은 죽음에 이르면 모두 한 몸인 것을.
‘인생은 60부터’라는 고상한 말씀. ‘늙어가는 즐거움’이라는 치매병적 말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순애보 사랑. 왜 이제 오느냐고 죽음을 반갑게 맞이한다는 하늘나라의 공인된 듯한 성서적 말씀 등은 콩인지 보리인지 구분 못하는 ‘사인 대참’이라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남편으로 삼아도 죽음에 이르면 모두 한 몸인 것을.
또 다시 종말이 온다는데 나는 어디로 갈까. 죽은 뒤에 부활을 할까 지옥엘 갈까 점을 본다.
나는 요한에게 몇 번씩 겁먹었던 순진한 인생. 피 섞인 우박과 불은 땅과 초목을 태우고 물은 피가 된다는데 이번 생은 영글어 먹은 인생. 타 버린 뼈 가루를 다시 맞추어 살린다지만 나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는 삼겹살에 술 취한 중. 에라, 모르겠다. 열반이나 선종이나 소천은 이름이 다를 뿐 죽음에 이르면 모두 한 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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