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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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높이 떠 (Up in the Air)

2009-12-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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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 해고는 내 손안에 있지”

▶ 조지 클루니 연기 뛰어난 코미디 드라마

★★★★ (5개 만점)

남의 회사 사장들을 대신해 그 회사의 직원을 해고하는 직업이 있는 줄은 이 영화를 보고서야 처음 알았다. 이 영화는 1년 내내 미 전국을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그런 일을 해 고액 연봉을 받는 베테런 해고 전문가의 코미디 드라마로 요즘 시의에도 잘 맞는다. 몽타주로 보여주는 주인공의 해고 통보에 온갖 반응을 보이는 월급쟁이들의 표정이 우습다가도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요즘 세태가 떠올라 가슴 속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아주 말끔하고 재미있고 또 생각하게도 만드는 실존과 생존에 관한 영화로 연기와 내용과 외양 그리고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좋은데 특히 뛰어난 것은 주인공 역의 조지 클루니의 완벽한 연기다. 그리고 그의 애인 역의 베라 화미가와 신입사원 역의 안나 켄드릭의 연기도 출중하다.


연기 등 몇 개 부문에서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확률이 큰 영화로 감독은 ‘끽연 고맙습니다’와 ‘주노’를 만든 제이슨 라이트만으로 그의 세 번째 영화. 재주가 대단한 젊은이다.

라이언 빙햄(클루니)은 1년에 322일을 여행하면서 회사 직원들 목을 자르는 일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축적한 마일리지가 무려 1,000만마일이고 따라서 공항과 호텔과 렌터카 회사로부터 칙사 대접을 받는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그는 사람들과의 인간적 감정적 접촉을 꺼리는 고독한 사람으로 물론 결혼을 믿지 않는다. 라이언은 여행할 때 캐리-온 백 하나만 들고 다니는데 짐 꾸리는 게 마치 명사수가 눈 감고 분해된 총을 재조립하는 것처럼 날렵하다. 물론 그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또 최고급 호텔에만 묵는다.

라이언은 어느 날 호텔 라운지에서 아름답고 섹시하고 세련된 회사 여간부 알렉스(화미가) 만나 둘은 그 자리에서 연인이 된다. 둘 다 여행이 잦아 바쁜 일정에 서로 틈을 내 한 장소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기 위한 스케줄을 짜는 장면이 우습고 재미있는데 영화의 인물로서 또 배우로서의 두 사람의 궁합이 찰떡궁합이다.

별 풍파 없던 라이언의 삶에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 새로 입사한 대학원을 나온 고지식하고 똑똑한 나탈리(켄드릭). 자신만만한 나탈리는 자기 회사 사장에게 돈 들여 비행기를 타고 다닐 것 없이 비디오 컨퍼런스 콜로 사람을 해고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것이 채택되는 날에는 라이언의 목이 달아나게 될지도 모른다.

라이언은 사장의 명에 따라 도무지 반갑지 않은 나탈리를 일단 교육시키기 위해 자기 여행에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준다. 그 중에 하나가 짐을 간단히 싸는 법. 여러 차례의 여행에서 둘은 여러 가지 명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데 이 과정에서 라이언은 유머 없고 깐깐한 나탈리가 결코 자기 생각처럼 몹쓸 젊은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탈리도 노련한 라이언에 의해 마음이 풀린다(둘의 대화에서 세대 간의 차이가 잘 나타난다).

라이언은 여동생 결혼에 알렉스와 동행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데 그의 이런 마음은 마지막 반전에 의해 무참히 깨어진다. 그러나 이 반전은 다소 조작적이다.

PG-13. Paramount. 일부 지역.

HSPACE=5
라이언(조지 클루니)은 1년 내내 미 전국을 여행하며 남의 회사 직원들을 해고한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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