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구현정(캘리포니아 한의대 교수)

2009-12-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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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이야기

얼마전 친구네 집에서 사과만큼 큰 햇대추를 너무 달콤하게 먹었다. 대추 세 개로 한끼 요기를 한다는 옛말이 맞는 듯하다.
대추는 당질의 함량이 높고 열량이 비교적 높아 허기를 채워주고 힘을 나게 한다. 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기와 혈을 보충해준다. 게다가 다른 약재의 독성을 완화시켜 한약처방에 있어 감초와 더불어 많이 쓰이는 약재이다. 또한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능도 있어 우울증, 히스테리, 불면증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대추는 속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을 보하고 12경맥을 도와주며, 여러가지 약을 조화시킨다’고 쓰여있다. 향약집성방에는 대추가 과실부문의 최상품 약재로 소개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대추는 우리네 생활과 함께 해오고 있다. 제사를 지낼 때 조율이시(棗栗梨枾)라 하여 상에 먼저 올려지는 과일이다. 폐백 때에는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한 웅큼 던져주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김수로왕을 만날 때 대추를 가지고 왔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대추는 삼국시대 즈음에 한반도에 전래되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불로장생을 추구하던 진시황이 몹시 만나보고 싶어했던 안기생(安期生)이란 신선이 있었다.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의하면, 안기생은 참외만한 크기의 대추를 먹고 지냈다고 한다. 안기생이 중국 하남지방을 지나던 중, 사람들에게 큰 대추를 주었는데, 그 향기가 10리를 갔으며 병자가 먹으면 낫는 것은 물론 죽은 자도 먹으면 환생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순(耳順)이 넘어서도, 피부에 탄력이 있고 머리가 검었던 서태후의 미용 비결은 매끼 식사 때마다 대추를 챙겨먹었던 것이라고 한다. 피로 회복 및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대추에는 비타민 C의 함량이 귤의 7배나 된다고 한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쌀쌀하니 따끈한 차가 생각이 난다. 나른한 오후에 대추차 한잔으로 피로와 추위를 잠시 잊어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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