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목(裸木)

2009-12-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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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철 /애난데일, VA

마른 잎새들
떼굴떼굴 깡충깡충 깔깔거리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나무를 발가벗겨 놓고
바람 따라 저 큰 길로 가버렸다

벌거벗겨진 몸을 가릴 것도 없이
화려한 어제를 품에 안았던
행복한 속삭임을 잊으려는 듯
그냥 달빛에 흔들리는
자기 그림자를 지려 밟고
생각에 잠겨 있다

바람 부는 대로
온 몸을 흔들어 뒹굴고
하늘을 할퀴어 빗질하고 싶지만
대지 속 단물 흐르는 젖가슴에 버티고 서
입 꼭 다물고 오는 봄 기다리며
나목은 오히려 눈을 깔고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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