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남리사(재정설계사)
2009-10-29 (목) 12:00:00
가을이다. 낙엽 떨어지고 아침저녁으로 스산해지는 가을이 시작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고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가고 싶어진다.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이 더 자주 떠오르고 더불어 광화문에서 먹던 골뱅이와 소주한잔이 너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맘 맞는 친구들과의 따뜻한 술자리가 생각나서 전화를 돌리게 된다. 혈기왕성하던 대학시절엔 주로 시국을 걱정하고 개탄하며 시작하는 술자리가 많았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떠나간 첫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짓곤 했었다. 주머니 가벼운 우리들은 주인아줌마의 눈치를 보면서, 기본안주를 앞에 놓고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며 영원히 끝나지않을것처럼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서, 남편과 친구들과 함께 요세미티에 캠핑을 하러갔다. 즐기는 암벽등반도 물론 목적중의 하나였지만 단풍진 요세미티의 가을이 너무 보고싶었다. 늘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지만 가을이 되니 한산해져서 우리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엘캐피탄에 개미처럼 매달린 클라이머들, 그들을 카메라에 담아서 저렴한 값에 팔거나 거저 주기도 한다는 터줏대감 사진작가들, 세계 각곳에서 몰려와 몇달째 캠프4에 머물며 거의 거지꼴을 하고있는 매니아클라이머들… 군데군데 노랗게 가을 물 들어 아름다운 요세미티의 풍경과 대조적이지만 또한 독특한 멋을 풍기는 모습이었다.
요세미티의 바위는 높고 웅장하며 위엄이 있었다. 머리가 아찔 할 정도의 높은 바위를 오르다 잠시 밧줄에 매달려 쉬면서 바라다본 맞은편 산골짜기는, 아래서는 결코 상상할수 없을만치 아름다왔다. 아니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가 모자랄 정도로 혈관에 엔돌핀이 막 뿜어져나오는 것처럼 정.말. 감동적인 광경이었다.
이후로 밤늦게까지 이어진 소주, 위스키, 맥주, 캠프파이어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들… 낮에는 그리도 파랗고 높던 가을하늘이 밤이 되니 보석가루를 뿌려놓은듯 별이 총총하다. 별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별똥별에 감격하며 다시금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었던 행복한 주말이었다.